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만이 나의 힘과 능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사모합니다.
기독교 초기부터 부활절 날짜를 정하는 방식에 많은 이견이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중요한 사건들을 음력에 기초하여 기념해왔는데, 기독교로 개종한 유대인들은 예수를 유월절 어린양으로 이해하며 음력날짜에 부활절을 기념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로마는 이미 기원전 1세기에 로마 황제 율리우스가 만든 태양력을 따르고 있었기에 유대인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부활절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달랐습니다.
4세기에 그 날짜를 정하는 방식이 고정되었는데, 태양(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의 길이가 다시 커지는 춘분을 지나 보름달(부활을 유월절 사건으로 이해)이 뜬 후 오는 첫 번째 주일을 부활절로 지키기로 한 것입니다.
2021년 춘분은 3월 20일입니다. 보름, 즉 full moon 은 한국 달력으로는 27일로 표기되어 있지만, 로마를 비롯한 유럽과 북미의 달력에는 28일(주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만일 춘분이 지나서 오는 full moon 이 주일이면, 그 다음 주일에 부활절을 기념하기로 약속했기에, 2021년 부활절은 4월 4일이 됩니다. 보름이 3월 27일 토요일이면 3월 28일 주일이 부활절 아니냐는 것이 질문이었습니다. 매우 훌륭한 질문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이렇습니다.
태양력인 춘분의 날짜는 한국과 서구유럽이 동일하지만, 시차가 빠른 한국이 보름달을 하루 먼저 볼 수 있게 되어 달력에 27일로 표기된 것입니다. 로마와 유럽, 북미는 2021년 3월의 full moon 이 뜨는 날을 28일로 정했습니다. 로마를 중심으로 기독교 교회력의 일정이 정해졌기에, 부활절이 4월 4일이 된 것입니다. 27일과 28일 중 어느 달이 더 full moon 에 가까울지 페친들이 관찰해주십시요. ^^ 아무튼 로마의 음력 계산법을 따라 28일 주일이 보름이 되고, 따라서 그 다음 주일 4월 4일이 부활절이 됩니다.
한편, 로마가톨릭을 비롯한 개신교 교회들은 16세기에 로마의 황제 그레고리 13세가 율리우스 태양력을 보완하여 만든 그레고리 태양력 체계를 따르고 있기에, 변함없이 율리우스 달력체계를 따르는 동방 정교회와 부활절, 사순절 날짜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아주 가끔 서로 일치가 할 때가 있기도 합니다.
국민일보 기자가 코로나 기간에 사순절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냐고 물어왔습니다. 나의 죄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죄를 돌아보고 그것을 내면으로만 참회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교정까지 이어지는 참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순절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참 어려운 말이고, 저부터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서로 연결된 존재들인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참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죄를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회개하고 돌이키는 사순절이 되길 소망합니다.
by 김명실 교수(영남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