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와 크로노스

성경에 시간을 뜻하는 용어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시간을 나타내는 ‘크로노스’와 결정적인 시간 혹은 특정한 하나님의 때를 나타내는 ‘카이로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성경에서 중요한 시간은 바로 하나님의 정하신 시간인 ‘카이로스’입니다. 이 때를 아는 것이 지혜이며 이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오늘 본문인 갈라디아서 6장 9절에서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는 말씀에서도 때는 ‘카이로스’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면서 낙심하지 아니하면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그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그 시간들이 다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 일생에 있어서 몇 번의 결정적인 시간이 있게 마련인데 그 결정적인 시간을 어떻게 맞이하며 기다리느냐가 중요합니다. 가령 우리 생애에 있어 결혼할 때를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상대를 만나고 그 모든 여건이 형성되어서 결혼할 때가 정해지게 됩니다. 적절한 상대는 만났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한다든지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자기의 결혼할 때를 잘 알고 정하는 것은 그래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요즈음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이 중간에 그만 두고 벤처 사업에 뛰어들어 모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도 그 때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남이 한다고 나도 하는 식으로 아무 때나 뛰어든다면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자기의 나이와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가 상품이 될만한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 그 외의 자금과 같이 일할 사람 등이 다 맞아떨어질 ‘때’에 벤처 사업에 뛰어들어야 성공할 것입니다. 너무 빨라도 안되고 너무 이것저것 따지다가 늦어져도 안될 것입니다.

저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때가 바로 학교 교목으로 있다가 안동교회로 올 때였습니다. 그 때 제 나이 39세로 학교 교목생활 8년째가 되던 해로서 더 이상 교목으로 있어서는 안되고 어떤 변화를 이룩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공부를 좀더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교회를 맡아서 목회를 해야 할 것인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40줄에 들어서면 너무 늦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이전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겠다고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미국 가는 길도 알아보고 있던 차에 안동교회에서 목회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5월 어느 주일 저녁에 설교를 하러 왔다가 안동교회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당시 임시 당회장이셨던 박한용 목사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안동교회에 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 여건이 형성되면서 제가 안동교회 목사로 결정이 나고 그 해 12월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1976년은 저에게 있어서 하나님이 정하신 ‘카이로스’였습니다. 만약 그 때에 제가 우물쭈물 하면서 시간을 미루었더라면 그 때를 놓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유경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