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함께 만들어 350만 명의 서명으로 국회에 입법 청원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의사상자 지정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보상/배상 문제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초점을 둔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Q2. 단원고 피해학생들이 ‘대학 특례입학’을 요구한 것이 사실인가요?
가족과 국민이 청원한 특별법안에는 대학 특례입학 관련한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유가족들은 국회의원에게 ‘대학 특례입학’ 내용을 법안에 넣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특례입학과 관련한 법안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은혜 의원과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 대입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하여 국회 상임위에서 의결한 바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학생의 대입 지원을 위해 ‘정원 외 입학’ 근거를 마련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유은혜 의원은 브리핑에서 “국회가 국가적 참사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먼저 기본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내년 2월까지 한시 적용되는 법률이라,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면 단원고 특별법은 폐기돼도 된다. 특혜가 아니라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상처받은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자는 것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직후 제정된 ‘서해5도 지원 특별법’에 따라 5개 도서지역 학생들을 정원 외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한 전례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가족들의 입장입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한 인터뷰에서 “저희가 제출한 법안에는 배상과 보상에 관련한 아주 기본적인 원칙만 담겨 있다. 이러한 것들은 진상 규명이 된 이후에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과 내용에 따라서 진행이 될 문제이지, 저희가 먼저 주장하거나 일부에서 먼저 주장해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더불어 “특례 입학 같은 경우에도 발의하신 유은혜 의원을 뵙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해당되는 학생이나 가정에게는 필요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진상규명을 하는데 방해가 되거나 장애가 된다면 이걸 먼저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라고 분명히 의사를 전달했다, 중지를 할 수 있으면 중지를 해달라고도 요청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촘촘한 일과로 인해 찾을 수 없었던 광화문 단식장을 오늘은 기필코 가리라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올해 환갑을 맞으신 방인성 목사님께서 유가족을 대신해서 40일 금식을 시작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염려가 되어 꼭 찾아가 뵙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사님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계속 릴레이 단식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만류하시는 과정에서 금식을 시작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가장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이 탄원하는 정의를 실현하시기 위해 금식을 결단하신 방목사님의 모습에서 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무제한적 자기희생 정신, 자비의 영성, 그리고 타인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시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이 글을 쓴 다음에 네이버에 목사님 성함을 쳤다가 50세에 신장을 기증하셨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주님께서 방 목사님의 건강을 지켜 주시기를 더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위해 유가족 위해 단식하신 방인성목사
방목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다행스럽게도 방목사님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무조건 40일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셨다. 그리고 오늘 방목사님 옆에서 광화문 자동차 매연을 마시며 24시간 넘게 금식하며 자리를 지키신 양희송 대표님과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갑고 감사했다.
그런데 단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처음부터 나는 단식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꿈쩍도 않는 대통령과 여당을 움직일 수 있는 돌파구, 그것이 무엇일까? 정녕 그것을 찾을 수 있기를!
2. “세월호 농성, 이제 끝냅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위의 문구를 쓴 종이로 얼굴을 반쯤 가린 사진을 찍어 ‘작은 용기’ 캠페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른 사람들도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연세대 김정호 교수. 이 분의 행태에 대해서는 같은 대학 출신이신 김응교 교수님이 이미 적절한 지적을 하셨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오늘 나는 오프라인에서 두 명이나 만났다. 두 분 모두 택시 기사였다. 택시를 두 번이나 탄 날. 나는 두 분에게 왜 끝내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두 분은 거의 똑 같은 대답을 하셨다. “이제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는가? 진상조사는 검경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유가족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하는가? 책임질 사람은 선주와 해운업계 비리 연루자가 아닌가? 그런데 왜 대통령에게 책임지라고 하는가?”
이 분들은 유가족과 특별법 제정에 서명한 450만 이상의 국민이 요구하는 수사권 기소권의 의미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이 부분의 오해를 풀어 드린 다음에 책임 소재는 단순히 해운업계 비루 연루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허용한 윗선의 비리를 척결하는 것이 정의 사회 건설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서민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 나도 잘 안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먹고 살기 바빠서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부정부패의 양상을 뻔히 보면서도 못 본 채 내버려두고 지금까지 살아 왔다. 하지만 지금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에게는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자식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이유를 규명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저들은 초인적인 힘으로 네 달을 훌쩍 넘긴 지금도 진실 규명을 위한 싸움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은 우리나라에 정의를 회복하는 일에 자신들의 모든 힘을 바치고 있는 정말 훌륭한 분들이다. 따라서 온 국민이 감사해야 하는 분이다. 대략 이런 말씀을 드렸다.
한 기사님은 내 말에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평소 자신이 궁금하게 여겼던 것을 물었다. 이스라엘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인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악행을 할 수 있는가가 그의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유대인은 예수를 믿는 민족이 아니고 배척한 민족이라는 것, 유대교와 기독교는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자신의 궁금증을 풀게 된 기사님은 너무나 좋아하며 내가 고척교회 앞에 세워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오늘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유익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주일 되세요”라고 인사했다. 다른 한 기사님은 단 거리를 함께 가게 되어 길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위의 내 답변을 듣고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요구하였다. 그래서 내 생각을 다시 말하니까 자신은 무식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세월호 그만 해야 합니다”라던 자신의 주장에서 아주 조금은 물러서는 자세를 보여 주셨다. 아무튼 두 분 모두 배움에 필요한 덕목인 유순함을 가진 시민들이셨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나는 강의실 밖에서까지 강의를 연장하게 된 것인지…
3. 우리는 아직 충분히 울지 않았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울 필요가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직 충분히 울지 않았습니다. 일하고 아첨하고 돈 버는데 골몰하고 주말을 어떻게 즐길까 신경 쓰느라 더는 여기에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충분히 울지 않고 그들을 잊었습니다.”
프란치스코 로마주교님은 자신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형화재로 200여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크로마뇽 대참사 5주기 미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지요. 5년이 지난 다음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세월호 참사 네 달을 넘기고 아직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세월호 이제 그만 하세요” 너무 한 것 아닌가요?
로마 주교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지요.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세월호 이제 그만 얘기합시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 혹시 내 귀가 고통 받는 이들의 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닫혀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눈은 그들의 고통을 보지 못할 만큼 먼 것이 아닌지 잠잠히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를 보면, 그 지향이 분명히 보인다. 우리 아이들은 죽었지만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한 지점에 많은 목소리들이 오롯이 모이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첫 걸음은 진상규명이다. 철저한 진상규명 없이 넘어가자는 것은 대한민국을 이런 위험천만의 상태에 그대로 방치하자는 것이다. 수사권 기소권 다 가지고도 거대권력 앞에서 힘을 못쓰는 것이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일진대,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실질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인 보상 등도 유가족들에게는 주요 관심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자기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또 비슷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저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멀쩡히 눈 앞에 보이는 근해에서 아이들이 고스란히 수장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상식적 노력도 조직적으로 해내지 못하는 정부라는 조직의 무능함과, 그 무능을 떠 받치고 있는 거대악의 잠재적인 희생자인 우리 아이들, 이 땅의 모든 백성들을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진의가,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은 주장이 심하게 왜곡되어서 이해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언론의 장난을 빼 놓을 수 없으리라. 세월호 참사 때, 가장 추한 민낯을 드러낸 것이 언론 아니던가? 그런데, 국민들은 또 다시 그 가해자인 언론의 장단에 따라 피해자인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이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당한 아픔의 피해의식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를 향한 문제의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세월호 100 일을 맞아 그 시점으로 돌아가 보는 일이 아프지만 유익이 된다면, 그 때 우리가 목도했던, 그리고 이내 그 자취를 감추고 열심히 포장하고 있는 거대악의 실체를 복기해 보는 일이 꼭 포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