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면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압력에 굴복해 신사참배를 가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사참배에 반대해 옥중순교까지 감당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를 수용하여, 교회가 우상숭배의 죄에 빠졌다. 안타까운 것은 이에 대한 역사적 검증과 반성도 많이 나왔지만, 한국교회가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회개하지 못했다.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 꺼내서 무엇하냐는 식으로 그저 덮어두기 바빴고, 순교한 이들의 업적에 슬그머니 편성하여 마치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를 거부한 것처럼 교묘하게 역사의 진실을 왜곡시켜왔지, 아직 이에 대한 통렬한 회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교단 제주노회에서 신사참배를 회개하는 기도문을 기독공보 광고란에 실었기에 전문을 여기 소개한다.
신사참배 회개 기도문
천지를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아버지 하나님!
일제강점기가 오래 지속되고, 폭압으로 신사참배를 강요하던 시절, 제주노회는 이를 끝내 거부하지 못하고 굴복했습니다. 1938년 4월 26일 회집한 제9회 제주노회는 국법에 순종하여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는 명분으로 저항의 뜻을 굽혔습니다. 또한 76년이 지나도록, 이를 바로 잡지 못한 채 회피하여 왔습니다. 늦게나마 이 아픔과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그 자리에서 믿음과 양심에 어긋나는 결정을 해야 했던 믿음의 선조들을 현재의 우리가 정죄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의 교회 대표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이 제주노회를 구성하는 저희들도 역시 연약한 존재입니다. 오히려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영합하여 믿음의 순수함을 지키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들을 비난하지도 못합니다. 다만, 옛날의 잘못을 거울 삼아, 믿음의 자세를 바르게 가다듬게 하옵소서.
자유를 얻었다고 하나, 아직도 세계 열강의 움직임을 조심스레 살피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굳어진 민족 분단의 현실은 우리의 사고를 지배합니다.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결하는 일에도 교회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각양 차이와 차별의 구도 속에서 대립합니다. 교회 역시 이러한 환경에 얽매여 주님이 명령을 좇지 못하 때가 많습니다. 이제 제주노회가 말씀에 따라 주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화해와 평화의 일꾼으로 서게 하옵소서.
오늘날, 경제의 논리와 문화권력 등이 교회와 신앙인들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훨씬 더 강하고 교묘하게 그리고 속속들이 믿음의 바른 선택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더욱 바른 믿음과 다듬어진 소망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따르게 하옵소서.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14. 4. 29
대한예수교 장로회 제주노회
늦게나마 이렇게 제주노회가 신사참배한 죄를 회개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기도문에 나타났듯이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통렬한 회개라기 보다 당시의 상황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도 있고, 신사참배의 죄에 대한 구체적인 회개 없이 그저 하나님의 긍휼을 먼저 간구하는 태도가 눈에 거슬린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 마음에 드시도록 정말 우리 한국교회가 무릎꿇고, 재를 뒤집어쓰고, 마음을 찢으며 회개할 수 있을까?
미약하더라도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 이 회개운동이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 우리 한국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모든 죄를 회개하며, 온전히 새로워지는 성령의 불길이 일어나길 기도한다.
by 코이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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