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하나님, 그리고 믿는 아브라함
본문: 창세기 15장 1절~7절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새벽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섭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믿고 싶지만 눈앞의 현실이 너무 단단하고, 하나님의 약속은 너무 멀게 느껴질 때 우리는 질문하게 됩니다. “하나님,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창세기 15장은 그런 믿음의 여정 한가운데 있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입니다.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믿음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믿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은혜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그 믿음에 응답하여, 아브라함은 믿음의 길을 걷게 됩니다.
-
먼저 말씀하시는 하나님: 믿음은 하나님 쪽에서 시작됩니다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1절)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먼저 찾아오십니다. 아브라함이 무엇을 했기 때문에 믿음이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믿음은 그 말씀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시며,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십니다.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당신 자신을 근거로 삼아 위로하십니다. 우리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존재, 하나님의 성품,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믿음을 붙들어 주시는 것입니다.
-
두려움과 갈등을 고백하는 아브라함: 정직함 속에서 자라는 믿음
하나님께서 분명히 약속해주셨지만, 아브라함은 마음 깊은 곳의 현실적인 고민을 하나님께 드러냅니다.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2절)
이 말은 불신이 아닙니다. 오히려 믿고자 하는 사람의 정직한 고백입니다. 믿음이란 감정을 억누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솔직히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고백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이 자신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토로합니다. 그러나 그가 그 고백을 누구에게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께 기대는 것, 이것이 믿음의 실체입니다.
-
믿게 하시는 하나님: 말씀과 시각적 확신으로 우리를 붙드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정직한 질문을 책망하지 않으시고, 더욱 분명하게 응답하십니다. “그 사람이 네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 (4절)
이 말씀은 단순한 격려가 아닙니다. 구체적인 약속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장막 밖으로 이끄시며 하늘의 별을 보여주시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을 우러러 뭇 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5절)
하나님은 말씀만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말씀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아브라함이 별을 바라보며 약속의 크기를 체감하게 하셨듯, 우리에게도 믿음이 약해질 때 감각적으로 붙드시는 은혜를 베푸십니다. 때로는 말씀을 통해, 때로는 예배 중 감동을 통해, 때로는 누군가의 고백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를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믿음은 내 안에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 들어올 때, 믿음은 자연스럽게 자라기 시작합니다.
-
아브라함의 믿음: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뢰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셨다.” (6절)
이 말씀은 구약 전체, 더 나아가 복음의 핵심을 담고 있는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상황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말씀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에 믿었습니다. 그 믿음을 하나님은 ‘의’로 여기셨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아브라함 개인의 신앙 고백이 아닙니다.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는 복음의 원리, 곧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살아가는 복음의 씨앗입니다. 믿음은 나의 공로나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약속하지 않았느냐? 내가 너를 부르지 않았느냐?”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금 확신을 주십니다. “믿어라. 내가 너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
믿음의 여정은 하나님의 목적을 향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의 부르심의 목적을 다시 일깨우십니다.
“나는 이 땅을 네게 주어 소유로 삼게 하려고 너를 갈대아인의 우르에서 이끌어낸 여호와니라.” (7절)
하나님은 단지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기 위해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아브라함을 선택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단지 개인의 평안과 번영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믿음을 통해 한 민족이 세워지고, 그 민족을 통해 구주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은 단지 우리의 선택이나 결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믿을 수 있도록 이끄신 그분의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도하지만 아직 응답이 없을 때, 약속은 들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답답할 때, 우리의 믿음은 흔들립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먼저 오십니다. 말씀하십니다. 확신을 주십니다.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믿음 고백 하나를 귀하게 여기시고, 그것을 ‘의’로 받아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진실한 기도는 이것입니다. “하나님,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믿음 없는 저를 붙들어주소서.” (막 9:24)
하나님은 그러한 기도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그 약속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도 이루고 계십니다. 믿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하나님. 그리고 그 하나님을 신뢰하며 걸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기도합시다
사랑의 하나님, 믿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고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의 마음을 아시고, 말씀과 약속으로 다시 붙드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을 보여주시며 약속을 확신시켜주셨듯, 우리에게도 믿음의 눈을 열어주시고, 주의 뜻을 바라보게 하소서. 현실보다 크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오늘도 주님의 성품과 말씀을 붙잡게 하소서. 믿음 없는 저희를 도와주시고, 믿을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해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