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은 왜 산으로 가지 않고 소알을 선택했을까?

왜 롯은 산으로 가지 않고 소알을 선택했는가?

― 소돔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만든 믿음 없는 선택

하나님은 롯에게 명확히 “산으로 도망하라”고 말씀하셨지만, 롯은 “거기까지는 너무 멉니다. 가까운 소알로 가게 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의 요청을 허락하십니다. 롯은 이 긴박한 상황에서 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산이 아니라 가까운 소알성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을까요? 

1. 소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려는 마음

롯은 소돔을 선택한 순간부터 이미 영적 퇴보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는 소돔 사람들처럼 살았고, 그들과 가까이 있었으며, 심지어 그 도성의 성문에 앉는 자가 되었습니다(창 19:1). 당시 성문에 앉는다는 것은 그 도시의 공직자, 또는 원로 계층에 속한다는 의미로, 롯이 그 사회에 상당히 깊이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 그가 이제 도망해야 할 순간에 “산으로 가라”는 천사의 명령에 순종하기보다, *“저기 작은 성읍이 있으니 그리로 도망하게 해달라”(창 19:20)*고 요청합니다.

이때 롯은 ‘소알’이라는 곳을 가리켜 “작으니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자신을 설득합니다. 그러나 실상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혹시라도 소돔이 완전히 망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가 살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완전히 끊지 못한 회색지대에 대한 미련’이었고, 신앙적으로는 명백한 타협입니다.

2. 학자들의 해석

다수의 성경학자들은 롯의 선택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 브루스 월트키는 롯이 산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거리만큼 피하려 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신뢰가 아니라 두려움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 매튜 헨리는 롯의 전체 삶의 태도 자체가 *“세상과 신앙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태도”*였다고 분석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눈으로 좋은 땅을 보고 소돔을 택했고, 마지막까지도 하나님이 지정한 도피처를 거부하고 자신의 판단을 내세웁니다.

  • 칼빈은 이러한 결정이 “순종의 결여”이며, 신자의 신뢰 부족을 드러내는 예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해석들은 롯이 하나님의 뜻을 전적으로 따르지 못하고, 자신의 편의와 계산을 우선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일치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 속에는 **“완전히 소돔을 등질 마음은 없었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3. 소알은 타협의 상징, 그리고 미련의 상징

롯이 소알을 택한 것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으려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는 마치 세상의 죄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안주하려는 오늘날 신자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 ‘소알(작은 성읍)’이라는 명칭도 단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는 신앙적 타협의 태도를 상징합니다.

  • 심지어 소알조차 원래는 심판의 대상이었다는 점(창 19:21)을 보면, 롯은 원래 멸망할 곳을 보고도 ‘이쯤이면 괜찮겠지’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그리로 향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겁이 나서 가까운 곳을 택한 것이 아니라, ‘혹시 소돔이 다 망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도 되겠다’는 마음의 여지, 곧 소돔에 대한 미련과 얄팍한 기대가 내면에 있었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4. 하나님의 자비는 인간의 미련까지도 감싼다

비록 롯은 불완전한 선택을 했고, 하나님의 명령을 온전히 따르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십니다. 이 장면은 하나님의 자비가 우리의 타협적 신앙에도 여전히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하나님은 그의 말을 듣고 “이 일도 네 말을 들었으니,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창 19:21)고 하셨습니다.

  • 이는 우리가 온전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극률로 우리의 연약함을 덮으시는 분이심을 보여주는 위대한 은혜입니다.

하지만 그 은혜는 롯의 선택이 옳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연약한 자를 살리시기 위해 심판의 계획까지 수정하신 것이며, 이는 롯의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긍휼의 결과였습니다.

따라서, 당신의 관점처럼 롯이 소돔의 멸망이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기대하며 소알을 택했다는 해석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성경적 통찰입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산’까지의 여정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고, 다시 돌아갈 여지를 남기기 위해 ‘작고 가까운’ 소알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지 않는 인간의 타협과 미련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런 인간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