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함께 묵상할 말씀은 창세기 14장 13절에서 16절까지의 본문입니다. 이 본문은 믿음의 조상 아브람이 조카 롯을 구출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믿음, 정체성, 결단, 구별됨이라는 깊은 신앙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1. “히브리 사람 아브람” – 이방 땅에서 구별된 존재
13절을 보면, 한 도망자가 “히브리 사람 아브람에게 와서” 이 소식을 전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이 바로 “히브리 사람”입니다.
이는 성경에서 아브람을 처음으로 ‘히브리인’이라 부르는 장면입니다.
‘히브리’라는 말은 ‘건너온 자’, ‘경계를 넘은 자’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단순한 민족적 호칭이라기보다, 아브람은 히브리 사람으로서 구별됨과 책임의 믿음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히브리라는 말은 ‘건너온 자’, ‘경계를 넘은 자’를 의미하며, 아브람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향한 순종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이처럼 세상의 경계를 넘어 하나님의 뜻을 따르며 믿음과 순종을 보여준 인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히브리는 타자성과 구별됨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아브람은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경계를 넘은 사람입니다. 그는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하나님께 속한 자로 살아가는 존재였습니다.
다만 이 표현을 지나치게 신학적으로 확대하여, 곧바로 “언약 백성”으로 단정짓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본문에서 ‘히브리’는 보다 현실적인 계보적·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당시 아브람은 가나안 지역에서 외부인이며, 유목 족장이었고, 아직 땅도 나라의 형태도 갖추지 못한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문맥과 이후 전개를 살펴보면, 하나님께서 이 구별된 자 아브람을 통해 언약의 계보를 준비하시고,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신다는 흐름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아브람의 정체성은 단순한 민족적 구분을 넘어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받은 자의 구별된 삶을 상징하게 됩니다.
2. 조카를 향한 결단 – 믿음의 행동인가?
아브람은 조카 롯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행동에 나섭니다.
14절을 보면, 자기 집에서 길러 낸 훈련된 자 318명을 이끌고 단까지 추격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318명이라는 숫자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그는 단순한 유목민이 아니라, 작은 도시국가 수준의 자치 공동체를 이끄는 족장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아브람이 이 땅에서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대표하는 리더로 성장하고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강인하고 전략적인 아브람의 모습이,
이전에 창세기 12장에서 이집트에서 아내를 누이라 속이며 두려움에 떨었던 모습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는 다른 전승이 삽입된 것이 아니냐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영적 원칙 하나를 발견합니다.
믿음의 사람도 과정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아브람은 처음부터 완전한 믿음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두려움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걷는 여정 속에서, 점차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고, 하나님의 정의를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 조카의 생명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결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3. 승리의 주체는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다
15절과 16절은 아브람의 전투 전략과 그 결과를 요약합니다.
그는 병력을 나누어 밤중에 기습을 감행하고, 적을 멀리 호바까지 추격하여 승리합니다.
이는 뛰어난 군사 전략이지만, 성경은 이 승리를 단순히 인간의 노력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17~20절에서 아브람은 살렘 왕 멜기세덱을 만나 하나님께 십일조를 드립니다.
이 장면은 아브람이 승리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멜기세덱은 말합니다.
“너의 원수를 네 손에 붙이신 분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시다.” (창 14:20)
또한 아브람은 전리품을 받지 않고, 소돔 왕의 제안도 거절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네 말이 ‘내가 아브람을 부자로 만들었다’ 하지 않게 하려 함이니라.” (창 14:23)
그는 사람의 칭찬과 보상, 세상의 방식에서 오는 영광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만이 자신의 공급자이심을 선언합니다.
이것이 바로 ‘히브리 사람’ 아브람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삶.
그 구별된 신앙의 태도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4. 구별됨은 삶의 방식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본문을 통해 ‘히브리 사람 아브람’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그의 신앙 여정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는 구별된 사람이었습니다.
그 구별됨은 단순한 민족적 태생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삶의 태도와 선택의 기준이 달랐다는 뜻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사람도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단지 교회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삶의 방식에서 하나님을 따르고,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께 속한 자로 살아가는 ‘히브리 사람’ 같은 성도가 필요합니다.
오늘 이 아침, 우리도 함께 기도합시다.
“주님, 저도 히브리 사람 아브람처럼
세상 속에서 구별된 자로, 믿음의 결단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소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며,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을 따라 살게 하소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이 시대에도 하나님의 나라가 드러나고,
믿음의 씨앗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될 줄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