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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중심으로 번져가는 한국의 유산기부운동

유산기부운동과 청지기 정신, 유산기부운동에 참여한 오산침례교회 성도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산기부운동이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작년(2013년) 10월에 나눔국민운동본부(대표 손병호)가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행복한 유산기부 운동을 펼쳐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 올해(2014년) 하이패밀리가 주축이 된 “153 유산기부운동”(이사장 송길원목사)이 1월 1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 밸리에서 재단 발족식을 갖고, 목적과 쓰임이 분명한 기부운동을 만들 것을 선포했다.

201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중 향후 유산기부에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36.6%로 나타났다. 기부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보면 높은 수치다. 하지만 60세 이상은 18.6%, 65세 이상은 15.8%로 기부의사비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장·노년층으로 가면 아직도 유산은 자식을 비롯한 남은 가족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53유산기부운동에서는 이런 우리나라의 사정을 고려하여 사전에 기부유산의 1/2을 가족 몫으로 배려하고 있다. 일명 ‘153 유산기부운동’에 대해 송길원 목사는 “유산에서 1은 생애 마지막 십일조로, 5는 남은 가족들 부양 몫으로, 3은 사회복지를 위해 쓰인다는 의미”라며,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은 유산과 아울러 조의금의 10분의 1은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비용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번 153유산기부운동에 참여한 오산침례교회 김종훈 목사는 기독교인들의 청지기 정신을 강조한다.

“크리스천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정신은 청지기입니다. 내가 누리고 있고 손에 쥐고 있다고 다 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내가 사용할 뿐이고 나는 관리자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떠날 때 그것을 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나누고 가야 되지 않느냐는 취지에 공감해 153유산기부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유산기부운동재단 출범식에 오산침례교회는 49명의 성도들과 참석하여 153유산기부운동에 동참하기로 서약했다. 이들은 지난달 3주 동안 ‘내 생애 마지막 한 달’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새벽기도에서 “가까이 있는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남은 삶도 바로 살 수 없다”는 뒤이은 성찰에 이번 운동에 스스로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특별새벽기도시간에 자신의 유언장을 쓰면서 유산기부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성도들, 그들은 실제 어떤 마음으로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1992년 한국대표로 철인 3종 경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임석환(72) 씨와 함석희(66) 권사 부부. 현재 암투병 중인 임씨 부부가 유산기부를 결심한 것은 16년 전이다. 당시 임씨는 대한주택공사에서 보상업무를 담당했는데, 몇 백억원씩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이 친척이나 형제간에 재산 다툼하는 모습을 목격하곤 그때부터 기부에 대한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대리운전 콜센터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송영심(54) 권사는 “딸들이 다 커서 제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건 생각지 않습니다. 교회를 통해 모두 기부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한 선교사들을 후원하는 일도 계속할 것입니다. 그러다 언제라도 하나님이 ‘이 땅에서 네가 할 일이 없다’고 했을 때 기쁘게 천국으로 가고 싶습니다.”라고 이번 유산기증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강예은(36) 집사는 “유산기부 하고 싶은데 ‘내겐 가진 게 없는데’란 생각을 했다가, ‘지금은 내가 아무것도 없지만 서약을 하고 나면 그 뒤는 하나님이 책임지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때문에 그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더 많이 기부할 수 있으면 더 좋으니까 살아가는 목적이 좀 더 달라지고 명확해졌어요.” 7년 전부터 홀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강 집사는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다. 훗날 자신의 기부가 희귀난치병 환우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결혼한 지 10년차 주부인 고은미(30) 집사는 남편과 재산의 사회 환원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애들 교육에 쓰거나, 주변에 배우지 못한 아이들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서약 후에는 목적의식을 갖고 돈을 더 벌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기부할 때도 100원보다는 1000원, 1만원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렇게 유산기증운동을 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는 다 다르지만, 하나님이 주신 재산을 개인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이웃을 생각하고, 또 자신에게 재산을 주신 하나님의 뜻을 살피게 해준다. 그리고 현실에서 내가 왜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 그 삶의 목적을 분명하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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