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대한예수교 통합교단의 재판국이 마침내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은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다. 8월5일(2019)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교단 총회 재판국이 8월5일 재심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불가’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이 나기까지 우리나라의 개신교 장자교단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예장 통합교단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심각한 내홍에 시달렸다.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은 교단재판국에서 다뤄졌다. 원심을 맡은 재판국은 교단법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담임목사를 할 수 없다’고 나와 있지만 김삼환 목사는 이미 2015년 12월 ‘은퇴했기 때문에 세습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과 “법의 취지는 대물림을 금지하고 있다. 법을 어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마침내 2018년 8월7일 재판국원 15명 전원이 모여 표결에 부쳤고, 8 대 7로 명성교회의 세습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다. 누가 보더라도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목회지를 물려준 것인데, 교단 재판국이 세습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교회를 위해 법과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2018년 9월 정기총회를 뜨겁게 달궜다. 나흘간 열린 총회는 명성교회로 시작해 끝이 났다. 1천여 명의 ‘총대’가 모여 세습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한 결과 명성교회 손을 들어준 재판국 전원을 교체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결정하였다.
하지만 새롭게 구성된 재판국도 이 문제를 질질 끌다가 최종판결을 내리겠다고 한 그 날에도 판결을 미루었다. 그 때만해도 재심에서도 명성교회가 이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총회재판국은 마침내 8:6으로 세습무효판결을 내렸다. 아무래도 세습 반대운동에 대한 비판여론이 컸고, 언론도 많은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추측한다.
재심판결로 예장통합교단은 땅에 떨어진 명예를 겨우 줏어담고는 있지만 이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많은 성도들이 명성교회의 세습과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총회의 모습에 실망했다.
이제 총회 재판국 판결에 따라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위임목사 자격을 잃었다. 판결은 선고와 함께 효력이 발생한다. 이는 사필귀정이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9월 정기총회에서 목회지 대물림 금지법, 즉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교회 세습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이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제기되자 관련 법을 만든 것이다.
김하나 목사는 같은 해 11월 열린 한 세미나에서 “총회에서 세습을 금지하기로 한 결의를 아버지와 함께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김삼환 목사는 은퇴 직후인 2016년 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아들 문제로) 제가 피해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들이 목회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라도 할 수 있다”며 세습을 부인했다.
그런데 김삼환 목사는 2015년 12월 은퇴했지만, 후임 목사를 따로 세우지 않았다. 아들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명성교회는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경기도 하남에서 목회하던 김하나 목사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며 한차례 고사하기도 했지만 2017년 11월 명성교회의 청빙을 수락했고, 제2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것이다.
김삼환 목사는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기고, 또 총회적으로 분란도 불사하며 기어코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어 이 사단이 일어나게 했을까? 교회가 내세우는 명분은 교회이 혼란을 막고 교회의 발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간에 떠도는 소문들은 김삼환 목사가 관리하는 비자금 문제에 주목한다.
명성교회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800억원대 자금도 관리했다.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교회 쪽은 ‘이월 적립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월 적립금 존재는 김삼환 목사와 소수 재정장로만 알고 있었다. 교인들에게는 따로 알리지 않았다. 2014년 6월 재정을 관리해온 한 장로가 사망하면서 적립금의 실체가 드러났다.
예장뉴스는 명성교회 재정 관리자 박 모 수석장로의 사망은 ‘투신자살’이고, ‘김삼환 목사의 1,000억대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며 박 장로의 자살이 이 사실과 관련 있다는 요지의 의혹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대해 명성교회 측은 즉각 반발하였고, 발행인 유재무 목사와 윤재석 기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재판은 19개월 동안 지속됐다. 명성교회는 해당 금액이 비자금이 아닌 ‘적립금’일 뿐이며, 박 장로의 죽음은 이 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재판을 거쳐 드러난 사실은, 담임목사와 소수 재정장로만 800억대 이월적립금 존재를 알았고, 대부분의 교인은 몰랐다는 점이다. 김삼환 목사 지시로 박 장로 혼자 수백억대 적립금을 관리해 왔는데 이렇다 할 관리 규정도 없었다는 것, 그리고 정산 및 보고의 압박이 박 장로가 목숨을 끊은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비자금 800억 원을 사실상 인정했다. 한 교회 언론이 제기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김정곤 판사)은 11일 예장뉴스 발행인 유재무 목사와 명성교회 전 집사이며 동 언론 윤재석 기자에 대해 이들이 제기한 의혹이 객관적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명성교회는 이월적립금을 교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었던 지금까지 적립되어 있는 이월적립금의 내역과 규모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회재판국의 2심 판결 후 세습을 지지하는 김삼환목사와 명성교회 측은 또다시 말을 바꾸었다. 총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결과가 이리 나오자 판결 불복을 선언했다. 명성교회 장로회는 8월7일 입장문에서 “목사의 위임식은 법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번복이 불가한 일이다”며 청빙 철회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번 9월에 열리는 총회는 명성교회로 인해 다시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이전 총회도 명성교회로 시작해서 명성교회로 끝났는데 이번도 그리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벌써 총회에 ‘세습금지법 철회’ 안건이 상정되어 있다. 그리고 명성교회는 서울동남노회에 소속됐는데, 노회 임원 다수가 ‘친명성’ 인사로 이뤄졌다.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 판결에 불복을 선언하고, 명성교회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명성교회 말고도 세습한 교회는 약 300곳에 이른다. 세습 교회들의 논리는 비슷비슷하다. 자녀가 해야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잘 이어받을 수 있고, 교회 내 분쟁·갈등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전 충현교회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세습은 부자사이도 끊어놓는 아주 심각한 패륜적인 상황도 일어날 수 있고, 마귀가 교회를 흔들 수 있는 너무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by 코이네
(위 글은 한겨레신문과 뉴스앤조이, 한국기독공보에서 보도한 관련 기사 내용을 다수 인용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