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16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중인 방인성 목사님
지난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촘촘한 일과로 인해 찾을 수 없었던 광화문 단식장을 오늘은 기필코 가리라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올해 환갑을 맞으신 방인성 목사님께서 유가족을 대신해서 40일 금식을 시작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염려가 되어 꼭 찾아가 뵙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사님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계속 릴레이 단식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만류하시는 과정에서 금식을 시작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가장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이 탄원하는 정의를 실현하시기 위해 금식을 결단하신 방목사님의 모습에서 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무제한적 자기희생 정신, 자비의 영성, 그리고 타인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시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이 글을 쓴 다음에 네이버에 목사님 성함을 쳤다가 50세에 신장을 기증하셨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주님께서 방 목사님의 건강을 지켜 주시기를 더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방목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다행스럽게도 방목사님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무조건 40일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셨다. 그리고 오늘 방목사님 옆에서 광화문 자동차 매연을 마시며 24시간 넘게 금식하며 자리를 지키신 양희송 대표님과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갑고 감사했다.
그런데 단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처음부터 나는 단식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꿈쩍도 않는 대통령과 여당을 움직일 수 있는 돌파구, 그것이 무엇일까? 정녕 그것을 찾을 수 있기를!
2. “세월호 농성, 이제 끝냅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위의 문구를 쓴 종이로 얼굴을 반쯤 가린 사진을 찍어 ‘작은 용기’ 캠페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른 사람들도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연세대 김정호 교수. 이 분의 행태에 대해서는 같은 대학 출신이신 김응교 교수님이 이미 적절한 지적을 하셨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오늘 나는 오프라인에서 두 명이나 만났다. 두 분 모두 택시 기사였다. 택시를 두 번이나 탄 날. 나는 두 분에게 왜 끝내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두 분은 거의 똑 같은 대답을 하셨다. “이제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는가? 진상조사는 검경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유가족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하는가? 책임질 사람은 선주와 해운업계 비리 연루자가 아닌가? 그런데 왜 대통령에게 책임지라고 하는가?”
이 분들은 유가족과 특별법 제정에 서명한 450만 이상의 국민이 요구하는 수사권 기소권의 의미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이 부분의 오해를 풀어 드린 다음에 책임 소재는 단순히 해운업계 비루 연루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허용한 윗선의 비리를 척결하는 것이 정의 사회 건설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서민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 나도 잘 안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먹고 살기 바빠서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부정부패의 양상을 뻔히 보면서도 못 본 채 내버려두고 지금까지 살아 왔다. 하지만 지금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에게는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자식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이유를 규명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저들은 초인적인 힘으로 네 달을 훌쩍 넘긴 지금도 진실 규명을 위한 싸움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은 우리나라에 정의를 회복하는 일에 자신들의 모든 힘을 바치고 있는 정말 훌륭한 분들이다. 따라서 온 국민이 감사해야 하는 분이다. 대략 이런 말씀을 드렸다.
한 기사님은 내 말에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평소 자신이 궁금하게 여겼던 것을 물었다. 이스라엘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인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악행을 할 수 있는가가 그의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유대인은 예수를 믿는 민족이 아니고 배척한 민족이라는 것, 유대교와 기독교는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자신의 궁금증을 풀게 된 기사님은 너무나 좋아하며 내가 고척교회 앞에 세워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오늘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유익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주일 되세요”라고 인사했다. 다른 한 기사님은 단 거리를 함께 가게 되어 길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위의 내 답변을 듣고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요구하였다. 그래서 내 생각을 다시 말하니까 자신은 무식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세월호 그만 해야 합니다”라던 자신의 주장에서 아주 조금은 물러서는 자세를 보여 주셨다. 아무튼 두 분 모두 배움에 필요한 덕목인 유순함을 가진 시민들이셨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나는 강의실 밖에서까지 강의를 연장하게 된 것인지…
3. 우리는 아직 충분히 울지 않았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울 필요가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직 충분히 울지 않았습니다. 일하고 아첨하고 돈 버는데 골몰하고 주말을 어떻게 즐길까 신경 쓰느라 더는 여기에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충분히 울지 않고 그들을 잊었습니다.”
프란치스코 로마주교님은 자신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형화재로 200여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크로마뇽 대참사 5주기 미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지요. 5년이 지난 다음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세월호 참사 네 달을 넘기고 아직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세월호 이제 그만 하세요” 너무 한 것 아닌가요?
로마 주교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지요.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세월호 이제 그만 얘기합시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 혹시 내 귀가 고통 받는 이들의 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닫혀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눈은 그들의 고통을 보지 못할 만큼 먼 것이 아닌지 잠잠히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by 손은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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