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시대에 ‘정결하고 부정한 짐승’의 구분이 생긴 이유

질문)

정결하고 또 부정한 짐승을 구분하는 것은 모세가 출애굽 이후에 생겨난 것인데, 왜 여기에 등장할까요?

답변) 
말씀하신 대로,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의 명확한 구분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이후, 즉 출애굽 이후에 본격적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특히 레위기 11장과 신명기 14장에 그 구분이 자세히 나타납니다. 그런데 창세기 7장에서 이미 정결/부정의 구분이 등장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 우리가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 신학적 안목을 요구하는 대목입니다. 

1. 하나님의 계시가 시대마다 달라도 본질은 동일하다

하나님의 뜻은 시대에 따라 점진적으로 계시되지만, 그분의 성품과 기준은 변함이 없습니다.
모세 시대 이전에도 하나님은 정결과 부정, 거룩과 속된 것을 구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비록 레위기처럼 법전의 형태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의 백성 안에는 이미 그 분의 뜻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 일부 존재했을 수 있습니다.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창 6:9)이며, 그의 삶 속에서 하나님은 이런 기준을 직접 계시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율법은 훗날 문자로 주어졌지만, 하나님의 도덕적 기준과 구분의 원리는 창세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입니다.

2. 노아는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 속에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창세기 7장 1절에서 하나님은 “이 세대에서 네가 내 앞에 의로움을 내가 보았음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노아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순종하는 영적 분별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정결/부정을 구분하시고 그것에 따라 방주에 들이도록 명령하셨을 때, 노아는 그 구분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계시를 받은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율법 이전에도,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사람에게 전달된 전례는 성경에 종종 나타납니다. 예: 아벨의 제사, 에녹의 동행 등.

 3. 정결/부정 개념은 보편적 ‘의식적 구분’의 기초

‘정결하다’(clean), ‘부정하다’(unclean)는 단지 율법적 구분만이 아니라, 종교적, 예배적, 생명 중심의 원리를 내포합니다.
고대 근동의 문화권에서도 신에게 바칠 수 있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에 대한 구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보편적 개념을 하나님의 거룩과 연결하여, 예배와 공동체의 정체성 속으로 발전시키신 것입니다. 창세기 7장의 구분은 이와 같은 예배적 질서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4. 모세오경의 편집적 관점에서 본 해석

신학적으로 볼 때, 창세기는 모세오경의 일부로, 후대의 율법적 시각에서 편집된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모세 시대 이후에 ‘정결/부정’의 개념이 체계화된 후, 그 개념이 노아의 이야기에도 반영되었을 수 있다는 학문적 해석이 있습니다. 이는 성경의 통일성과 일관된 신학적 흐름을 유지하려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성경을 신앙적 권위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단순한 편집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창세부터 동일하게 흘러왔음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