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하는 법을 유산으로 주었다  

나는 공부하는 법을 유산으로 주었다  

사업은 망했는데 정작 누구에게도 기댈 사람이 없었다. 그때 처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걱정되는 일은 아이들 운명이었다. 내가 이대로 죽는다는 것은 아이들이 가난과 함께 학업을 어느 시점에서 멈춘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일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불러 세워 “ 내가 과외나 학원은 보낼 수 없지만 시험에서 만점 받는 기술을 전수해 주겠다” 고 하자 아들이 끼득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한달 정도 함께 공부했는데 사내놈이 중간 고사에서 7개 과목중 5개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 전교 2등을 기록했다. 공부라는 것이 그렇다. 자신의 방법대로 공부해서 한번 만점을 받게되면 그게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아들은 그 이후 공부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 혹시 내가 죽어도 공부 못해서 좌절하는 일은 없겠다 싶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아들 놈은 그때 배운 기술로 학교에 돈을 내는 일은 없게 되었다. 가진 게 없는 자에게 공부는 자본금없이 할 수 있는 생계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아들은 큰 돈이 필요할 때면 막노동이나 CJ 물류 창고같은 곳에서 일 한다. 그러다 보니 자꾸 대학원 졸업이 늦어진다. 여자 친구도 그런 아이의 모습에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만 헤어졌단다. 그것도 운명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주었다.

살면서 가난도 겪어 보고 실연도 당해봐야 한다. 그래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겸손을 배운다.

사람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아들은 내가 갑작스럽게 소식이 끊겨도 스스로 그럭저럭 겨우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by Francesco Nar

(ABBABox.GmbH 대표이사(CEO), Cabbichoke General Manager of overseas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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