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는 일은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이런 짓을 너무 쉽게 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대두되었던 것이 바로 비용 문제였고, 또 가장 쉬쉬하고 있는 것도 비용문제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비용문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분노한다.
공리주의자들은 모든 것을 비용과 편익분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한 예로 자동차를 이용하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기고, 그렇게 죽는 사람이 미국에서 해마다 4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자동차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는커녕 제한속도도 낮추는 걸 꺼려한다.
석유파동이 일던 1974년 미국 의회는 전국적으로 제한속도를 시속 55마일(시속 90킬로정도)로 정했다. 이유는 에너지 절약이었지만, 속도를 낮춘 덕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줄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미국의회는 다시 그 제한을 풀었고, 그 때문에 대부분의 주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65마일로 상향조정하였다.
운전자들은 시간을 절약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늘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비용, 편익분석을 이용해, 운전속도를 높여서 생기는 이익이 목숨이라는 비용을 들일 정도로 가치가 높은지 따져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경제학자 두 사람이 이 계산에 도전했다. 이들은 제한 속도를 높여 얻는 이익 하나가 직장 출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라고 보고, 절약되는 시간의 경제적 이익을 계산한 뒤에 (평균임금을 적용해 시간당 20달러로 계산) 그 이익을 추가로 발생한 사망자 수로 나누었다. 그러자 미국사람들은 운전 속도를 높이는 편의를 위해 사람 목숨의 가치를 사실상 1인당 154만달러로 계산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것은 시속 10마일을 더 빠르게 차를 몰 때 한 사람을 희생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었다.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