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의 등잔대 살구꽃 형상의 잔과 꽃받침

성소의 등잔대의 잔과 꽃받침 모양은 원어로 보면 아몬드 꽃모양인데 왜 살구꽃이라고 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오던 시기(구한말)의 ‘문화적 상황’과 ‘식물학적 유사성’ 때문입니다.

학자로서 그 구체적인 이유를 3가지로 정리해 드립니다.

1. 당시 한국에는 ‘아몬드’가 없었습니다.

성경이 우리말로 처음 번역되던 100여 년 전, 한국 사람들은 ‘아몬드’라는 나무를 본 적도, 그 열매를 먹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만약 그때 선교사들과 번역자들이 생소한 단어인 “아몬드 나무”라고 그대로 번역했다면, 조선의 성도들은 도무지 어떤 나무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 꽃의 모양과 피는 시기가 너무나 흡사합니다.

번역자들은 이스라엘의 ‘아몬드 나무(Shaked)’와 가장 비슷한 한국의 나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구나무’가 아몬드 나무와 아주 흡사했습니다.

  • 생물학적 분류: 둘 다 벚나무 속(Prunus)에 속하는, 사촌 지간입니다.

  • 꽃 모양: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꽃의 색깔(연분홍/흰색)과 모양이 똑같습니다.

  • 피는 시기: 이스라엘에서 아몬드 꽃이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피듯이, 한국에서도 매화나 살구꽃은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번역자들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이미지가 비슷한 토착 식물인 ‘살구나무’로 의역(Dynamic Equivalence)을 한 것입니다. (비슷한 예로, 성경의 ‘상수리나무’나 ‘백향목’ 등도 초기에는 한국의 친숙한 나무 이름으로 대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3. 열매의 차이 (과육 vs 씨앗)

꽃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열매에 있습니다.

  • 살구: 우리는 과육을 먹습니다.

  • 아몬드: 과육은 얇고 맛이 없어서 버리고, 그 안에 있는 딱딱한 씨앗(핵)을 먹습니다.

성경 본문(출 25장)은 열매를 먹는 이야기가 아니라 ‘꽃의 형상’을 본따서 등잔대를 만드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꽃 모양이 거의 똑같은 ‘살구꽃’으로 번역해도 문맥상 큰 무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요약 및 제언

현재 우리가 보는 개역개정 성경은 전통을 존중하여 여전히 ‘살구나무’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현대어 성경이나 주석 성경들은 원어의 의미를 살려 ‘아몬드 나무’라고 표기하거나 각주를 달아 설명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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