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은 사도행전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해석하기 어려운 본문 중 하나입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들이 거짓말을 하긴 해도 교회의 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이들을 죽였습니다. 이들의 거짓말이 하나님의 즉각적인 심판을 자초할만큼 중대한 범죄였을까? 이런 의문이 먼저 듭니다. 그들은 왜 죽었을까? 이것을 관점을 바꾸어 하나님은 왜 이들을 죽여야만 했을까라는 관점으로 해석해보려 합니다. 그렇게 보면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잘못을 넘어 성령 공동체의 정체성과 본질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통해 교회가 지켜야 할 본질적인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1.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 개요
사도행전 5장 초반에 기록된 이 사건은 초대교회가 성령 강림 이후 공동체적 이상을 실현하던 시점에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바나바와 같은 성도들은 자신의 재산을 팔아 공동체와 나누는 실천을 하여 교회에 가난한 자가 없게 하였습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도 이들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땅을 팔고 일부 금액을 감춘 뒤 전부인 것처럼 사도들에게 바쳤습니다. 베드로는 이들이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성령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그들은 곧바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2. 아간 사건과의 대비
여호수아 7장에 기록된 아간 사건은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던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아간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전리품 일부를 숨겼고, 그 결과 이스라엘은 아이 성에서 패배하며 큰 타격을 입습니다. 두 사건 모두 공동체 형성 초기, 하나님의 질서를 위협하는 죄에 대해 즉각적이고 엄중한 심판이 뒤따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아간 사건은 율법 공동체 내에서의 명령 위반에 대한 결과였으며,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은 성령 중심 공동체에서 성령의 실재와 임재를 무시한 죄였습니다. 이는 신약의 새로운 언약 공동체가 성령의 내주하심과 진실성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죽게 된 이유에 대한 다양한 견해
이 사건을 바라보는 해석은 다양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공동체의 이상을 훼손한 경제적 위선과 거짓을 심각한 죄로 본 반면, 다른 이들은 그들의 죄가 단순한 물질적 기만을 넘어서 성령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한 신성모독적 행위였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그들이 보여준 행동이 공동체 내의 거룩함을 침해하고 성령을 인간 수준으로 격하시키려 한 시도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위선이 아닌,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에 대한 무지와 무시에 기반한 태도였으며, 공동체의 중심인 성령을 감히 시험한 것이었습니다.
4. 성령을 무시한 행동의 심각성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행위는 단순한 거짓말이나 속임수가 아닙니다. 이는 공동체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님의 실재를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그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성령의 공동체를 인간적 조직처럼 다루려 한 근본적인 오류였습니다. 성령을 속이려는 그들의 행위는 곧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며, 공동체의 거룩함과 생명력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행위였습니다.
사도 베드로가 그들의 거짓을 지적하며 단언한 것처럼, 이는 단순히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께 거짓말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성령을 무시하고 경시하는 태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5. 현대 교회에 주는 시사점
오늘날 많은 교회가 외형적인 성장과 세속적 기준에 몰두하는 가운데, 성령의 실재와 임재에 대한 경외심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은 오늘날 교회가 다시금 성령의 거룩함을 인식하고, 진실성과 경건함을 회복해야 함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교회는 조직이나 행사 중심의 공동체가 아니라, 성령께서 임재하시고 역사하시는 살아 있는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공동체 안에서의 거짓, 위선, 권력 남용, 도덕적 타락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성령을 무시하고 모독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교회 공동체의 근본을 위협하며, 회개와 개혁 없이는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마12:31~32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에 대한 모든 죄와 모독은 사하심을 얻되 성령을 모독하는 것은 사하심을 얻지 못하겠고, 또 누구든지 말로 인자를 거역하면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말로 성령을 거역하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도 사하심을 얻지 못하리라”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은 단순한 고대의 비극이 아닙니다. 이는 성령 공동체의 본질과 정체성을 규정하고, 하나님 앞에서의 삶이 얼마나 진실되어야 하는지를 강력하게 상기시키는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성령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며, 그분 앞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진실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교훈을 받게 됩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성령의 임재를 의식하고, 거룩함과 진실성을 회복함으로써 다시금 세상 속에서 빛과 생명을 드러내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by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