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민 목사(울산미포교회)는 <개혁신학 vs. 창조신학(CLC)>이란 책을 통해 개혁신학 입장에서 ‘창조과학’을 비평하였다. 개혁신학에서 보는 창조과학, 과연 그는 어떤 시각을 갖고 창조과학을 보고 있을까?
저자는 먼저 ‘창조신앙’과 ‘창조과학’을 구분하며, 지구 나이에 대한 관점에 대해 “성경은 지구 나이에 관해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리고, 창조과학자들이 언제나 성경에 호소하고 있고, 그래서 많은 신자들에게 설득력을 갖지만,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 종교개혁자들의 ‘문자적’ 해석과는 다른 ‘겉보기 문자적 해석’을 사용하면서, 문자 안에 담긴 의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경의 ‘무오성(inerrancy)’을 남용하여 성경이 주장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서도, 즉 자신들의 글과 강의가 무오하며 영감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인다.
구체적으로 그는 창조과학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절대 도그마(dogma), ‘홍수지질학’에 대한 태도를 통해 ‘창조과학’과 ‘창조신앙’을 분리한다. ‘
노아의 대홍수’는 하나님의 심판이자 전지구적인 대격변이고 지질학적 증거를 남겼다는 주장은 옳지만, 창조과학자들의 주장대로 지구상의 화석을 생성시킨 유일한 대격변이라 할 수는 없다는 것. 이같은 논리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안식교)나 세대주의자들의 교리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는다.
또한, 타락 전에는 인간과 동물의 죽음이 없었고 그들이 채식만 했으리라는 ‘네페쉬(nephesh) 교리’에 대해선, “개혁주의는 인간이 순종이라는 윤리적 조건과 상관 없이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미신적인 믿음을 경계했다”고 답한다. 타락 이전 에덴에서 사람은 불사(不死)의 생존이 아닌, ‘행위언약’을 통해 영생을 가질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 순종을 통해 영생의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언약을 체결했지만, 아담이 이를 어겼기 때문에 무위로 끝났다는 해석이다. 동물의 불사 문제와 창세기 9장에서 파생된 ‘채식주의’에 대해서도 “하나님이시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밖에 ‘인류 나이 6천년설’의 근거가 된 창세기의 족보에 대해선 “창조과학의 최대 관심사는 성경을 성경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젊은 지구를 지켜라’ 라는것 같다”며 “창세기 저자들이 먼 과거에 대한 정확한 연대기적 정보를 전달하려 한 게 아니었으므로, 연대기적 사료를 읽는 독법으로 창세기를 읽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창조과학자들처럼 ‘젊은 지구론’을 믿지 않아도 진화론자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개혁주의 신앙은 ‘젊은 지구 창조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지구 창조론과 지적설계 운동도 충분히 ‘창조신앙’으로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며, 이렇게 단언하고 있다.
“성경을 백과사전으로 여기는 것은, 성경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는 끝으로 “창조과학에 대해, 과학은 어쩔 수 없더라도 신학은 얼마든지 비평해 볼 수 있음에도 한국 신학자들이 창조과학의 신학을 방치해 둔 것 같다”며 “신학자들이 침묵하니 목사들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국 신학자들은 자크 데리다나 미셀 푸코 같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아니라 창조과학 같은 실용적인 신학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신학계에 건의했다.
코이네도 이 책의 저자와 일맥상통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