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림과 오컬트 현상에 대해
1940년, 악마적인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루돌프 불트만(Rudolf Bultmann)은 그 당시 가장 뛰어난 신약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신약성경의 비신화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천사들과 귀신들의 실재를 믿으면서 동시에 비행기와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과학시대는 성육신, 귀신, 그리고 수많은 비과학적인 것들을 순진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불트만의 논문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나 학자들의 세계에서 그의 주장은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교회의 목회현장의 틀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요즈음에 출판되는 정신의학관련 서적이나 이상 심리학에 관한 책에서 귀신들림에 관한 언급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학적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귀신이나 귀신들림 같은 것을 과학을 모르던 시대의 미신에 불과하며, 과학의 발달로 해명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탄을 숭배하고, 귀신의 힘을 빌려서 자기의 소원을 성취하려는 마술, 귀신의 힘으로 신비의 지식에 도달하려는 점술, 귀신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강신술 등의 신비주의(occultism)는 계속하여 상승하고 있다. 책방의 서가를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영화들, 끊임없이 방영되고 있는 귀신이야기들,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퍼진 마술적인 관행들, 주간지를 장식하고 있는 12 궁도 점성술, 토정비결, 손금보기, 카드점, 점점 거대해져 가는 무당들의 단체…… 지금 우리의 눈을 약간만 돌리면 귀신이야기는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되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최근에 영국교회는「귀신 쫓아냄」(exorcism)이라는 중요한 보고서를 출간하고, 교구마다 귀신 쫓아내는 교구책임자를 임명하라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는 수년동안 특별위원회가 철저히 연구한 끝에 나온 것으로 이 연구위원회의 리차드 목사는 여러 해 동안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책으로 인정받아 온「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책을 저술하였으며, 나도 이 책에서 크게 도움을 받았다. 오순절 교회들과 신 오순절 교회들은 항상 균형과 분별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귀신의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교역에 전문적으로 봉사해 왔다. 로마 카톨릭교회도 이제는 이러한 개신교의 교역을 따라오고 있다. Manuale Theologic moralis를 개정하여 많은 실예들, 충고와 귀신 쫓아내는 교역을 첨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카톨릭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은사운동도 강조하며 또한 그 일에 대한 교황 바오로 6세의 직접적인 경고도 포함하고 있다. (1994; 158~159)
마이클 그린은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하는 것은 현재 목사들의 수만큼 여자 마법사들이 있으며 영국의 대학들과 마을마다 마술 서클이 없는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오컬트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로 유물론의 물질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영적 실재에 대한 깨달음이 일어났으며, 반 문화 현상이 생겨났다.
두 번째로 인간의 종교본능은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며, 과학주의 만연에 대한 반발로 오컬티즘에 기울어지고 있다.
세 번째로 하나님같이 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오컬티즘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네 번째로 친밀 관계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이 신비스러운 오컬트 그룹에 참여하게 만들고 있다.
다섯 번째로 마지막이 가까울수록 사탄이 더욱 발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오컬트 현상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술(magic)과 점술(fortune telling), 그리고 강신술(spiritism)이다.
마술은 영들의 세계를 자기의 지식과 지배의 범위 아래로 불러 드리려는 시도이다. 마술은 신의 지배를 받으려는 종교와는 달리 신을 지배하려하며 믿음으로 살려고 하기보다는 지식으로 지배하려고 한다. 마술에는 블랙매직과 화이트매직 두 가지가 있는데 구체적인 형태로는 텔레파시, 투시, 투청(초인적인 청력), 초감각적인 감지(영감,ESP), 자동기술, 마력, 마술적 치유등이 있다. 커트 코츠(Kurt Koch)는 마술을 수행하는데, 유전적 마술, 경험 마술, 전이 마술, 사탄숭배마술 등이 있다고 분류한다.
점술은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으로, 능력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마술에 비하여 지식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손금보기, 카드점, 수정점, 정신측정 신비술, 점성술, 12궁도 점성술, 예언점 등이 있다.
강신술의 핵심은 죽은 자들의 영과 커뮤니케이트 하려는 것이다. 강신술가는 죽은 자들의 영과 실제로 교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죽은 자의 영으로 가장한 귀신들과의 접촉이라고 할 수 있다. 황홀경을 통한 강신술, 강신, 영매와 강신술판 사용하기, 테이블 돌리기 등 다양한 형태의 강신술이 유행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은 이외에도 이단종교들, 사이비적 정치종교들, 그리고 초월명상과 동양 종교들, 샤마니즘의 배후에는 귀신들이 숨어있으며, 이러한 사이비 종교들을 통하여 귀신들이 인간에게 영향을 주며, 인간을 사로잡아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다국적 기업, 인간들을 억압하는 독제자들, 뒤틀린 우선 순위, 잔인한 전쟁, 핵무기의 위협, 이데올로기, 탐욕적인 기업들, 미신들, 물질주의 등의 배후에도 악한 세력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영국의 경제학자 로날드 히긴스는 세계를 위협하는 여섯 가지 엄청난 대적자들을 열거한다. 인구 폭발, 기근의 만연, 자원 고갈, 급진적인 환경파괴, 끔찍스러운 핵무기공포, 그리고 통제를 벗어난 테크놀러지는 인간들을 위협하는 두려운 대적자들이다. 히긴스는 여섯 가지 위협을 열거한 후 그것은 모두 대처할 수 있는 대적자들이나 일곱 번째의 대적자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절대적인 위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인간자신이라는 것이다. 인간 뒤에는 엄청난 악의 세력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인간을 위협하는 궁극적인 근원은 악마 즉 사탄에게 있다는 것이다.
<
p style=”text-align: justify;”>오늘 우리는 인간을 파멸로 이끌고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사탄과 그 부하들인 귀신에게 둘러 쌓여 있다. 그러므로 베드로는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벧전 5:8) 하고 경고한다. 우리가 이러한 영들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자 하는 열망과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살며, 성령의 능력으로 마귀와 대적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