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의 아침은 거룩한 분주함으로 시작됩니다. 밤새 타오른 번제물의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나면, 제단 위에는 거뭇한 ‘재’가 남습니다. 구경꾼들의 눈에는 화강암처럼 단단한 화력과 화려한 불꽃이 예배의 절정처럼 보이겠지만, 하나님은 그 불꽃이 꺼진 뒤의 ‘뒷정리’를 제사장의 가장 세밀한 직무로 명하셨습니다. 레위기 6장에 나타난 ‘제단의 재 처리의 영성’은 오늘날 우리에게 세 가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첫째, 거룩함은 가장 낮은 곳의 ‘질서’에서 증명됩니다
재를 치우는 과정은 결코 단순한 청소가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예식’이었습니다.
제사장은 먼저 몸을 씻고 지성소에 들어갈 때와 같은 ‘거룩한 세마포 옷’을 갖춰 입습니다. 그리고 놋으로 만든 ‘전용 삽(Ya)’을 들어 제단 구석구석의 재를 긁어모읍니다. 특히 새벽 첫 예식에서는 가장 고운 재를 한 삽 정성껏 떠서 제단 동편에 따로 안치했는데, 이는 어제 드린 헌신이 온전히 열납되었음을 확증하는 거룩한 행위였습니다.
이후 제사장은 옷을 갈아입고 ‘재 담는 놋 통(Sir)’을 들고 진영 바깥 정결한 곳까지 먼 길을 걸어 재를 옮겼습니다.
보통 지저분한 일을 할 때는 헌 옷을 입기 마련이지만, 하나님은 가장 정결한 옷을 입고 전용 도구를 사용하여 그 ‘재’를 만지게 하셨습니다. 이는 거룩함이란 높은 보좌에 앉아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꺼리는 궂은일을 하나님의 법도대로, 가장 품격 있게 감당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참된 영성은 강단 위의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예배가 끝난 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성껏 도구를 챙겨 뒷정리를 하는 그 손길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둘째, ‘재’가 치워져야 새로운 ‘불’이 붙습니다
제단에 재가 가득 쌓여 있으면 산소 공급이 차단되어 불이 식어버리고 맙니다. 어제의 제사가 아무리 뜨거웠어도, 오늘 아침 제사장이 삽을 들어 그 흔적인 재를 긁어내지 않으면 오늘의 새로운 불꽃은 피어오를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라는 재, 혹은 과거의 상처와 실패라는 재가 우리 마음의 제단을 덮고 있지는 않습니까? 어제의 은혜에만 파묻혀 있으면 오늘의 살아있는 예배를 드릴 수 없습니다. 매일 아침 겸손히 마음의 바닥을 긁어내는 ‘영적 청소’가 있어야 성령의 새 불꽃이 우리를 다시 태울 수 있습니다.
셋째, 끝까지 ‘정결함’을 유지하는 책임입니다
제사장은 수거한 재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고 반드시 ‘진영 바깥 정결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한때 하나님께 드려졌던 성물의 흔적을 끝까지 예우하는 태도입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마무리가 흐릿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합니다. 사역의 결과물이 내 손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이 비록 가치 없는 ‘재’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까지 정결하게 옮겨 놓는 책임감, 그것이 바로 왕 같은 제사장의 사명입니다.
오늘 우리의 영적 제단은 어떻습니까? 세상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성공에 환호하지만, 하나님은 놋삽을 들고 묵묵히 제단의 재를 치우는 우리의 뒷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화려한 시작보다 정결한 마무리를,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깊은 겸손을 사모합시다. 우리 마음의 재가 비워질 때, 비로소 하늘의 새 불꽃이 우리 삶을 다시 영화롭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