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은 하루 두 번 향을 사른다고 하였습니다. ‘사르다’라는 우리말 단어가 불을 ‘살라 먹다’ 즉, 불을 태워 없앤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성경적, 사전적 의미에서 ‘향을 사르다’는 향을 불에 태워 ‘연기를 피우다(Burn incense)’라는 뜻입니다.
국어사전에서도 ‘사르다’는 “불에 태워 없애다” 혹은 “불을 붙여 타게 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성경 본문에서 이 단어가 어떻게 쓰였는지 원어와 맥락으로 명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1. 성경 본문의 문자적 기록: “저녁부터 아침까지”
출애굽기 27장 21절과 레위기 24장 3절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등불을 “저녁부터 아침까지” 여호와 앞에 항상 간검(정리)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이 구절을 문자적으로 보면, 해가 지는 저녁에 불을 켜서 해가 뜨는 아침에 끄는 ‘야간 점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막 내부는 사방이 막혀 있어 낮에도 어두웠을 것이라 추측되지만, 규례상으로는 밤새 성소를 밝히는 것이 일차적 의무였습니다.
2. “항상(Tamid)”이라는 표현의 의미
그런데 본문(출 27:20, 레 24:2)에는 등불을 “끊이지 않게(항상) 켜두라”는 표현도 함께 등장합니다. 여기서 ‘항상’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두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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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규칙성의 항상성: 매일 저녁 빠짐없이 반복해서 켜는 ‘규칙성’을 의미한다는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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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시간적 지속성: 성소 안은 창문이 없어 낮에도 칠흑같이 어둡기 때문에, 제사장의 직무 수행을 위해 24시간 내내 켜두었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낮에도 일부 등잔(7개 중 3개 등)은 켜두었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3. 분향단 규례와의 연관성 (출 30:7-8)
오늘 보신 출애굽기 30장 본문에서는 기도의 ‘지속성’을 더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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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절: 아침에 등불을 정리할(점검할) 때 향을 사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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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절: 저녁에 등불을 켤 때 향을 사릅니다.
즉, 등불을 켜거나 끄는(혹은 정리하는) 모든 시점이 향을 피우는 시간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는 “빛이 있는 동안에도, 빛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기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영적 교훈을 줍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대로 문자적인 점등 시간은 ‘저녁부터 아침까지’가 일차적이지만, 성경이 강조하는 핵심은 “성소의 빛이 꺼지지 않게 관리하는 제사장의 수고처럼, 성도의 기도(향) 또한 하나님 앞에서 단절됨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영적 지속성’에 있습니다.
4. 원어적 의미: 카타르 (קָטַר)
출애굽기 30:7-8에서 ‘향을 사르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카타르(qatar)’입니다. 이 단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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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내다: 향기로운 연기를 하늘로 올라가게 하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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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물을 태우다: 제단 위에서 제물을 태워 그 향기를 하나님께 드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즉, 불을 꺼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을 붙여 향의 성분이 연기가 되어 올라가게 만드는 적극적인 제사 행위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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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절: “아침마다… 향을 사르되” — 밤새 타올랐던 등불을 점검하고 기름을 채우는 시간에, 새로운 향을 불 위에 올려 연기가 피어오르게 하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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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절: “저녁에 등불을 켤 때에 향을 사를지니” — 등불을 켜는 시점에 맞춰 다시 한번 향을 피워 올리라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분향단의 향은 한 번 피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아침과 저녁에 계속 공급되어 ‘끊어지지 않는 연기’가 되어야 했습니다. 8절 하반절에 “이 향은 너희가 대대로 여호와 앞에 끊지 못할지며“라고 명시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5. 영적 해석
향을 사르는 행위는 성도의 ‘기도’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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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는 것인가?: 아닙니다. 기도의 불꽃을 계속 타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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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른다고 표현하는가?: 향 자체가 타서 없어져야만 비로소 향기로운 연기가 되어 하나님께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기 부인과 헌신이 담긴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됨을 상징합니다.
‘향을 사르다’는 결코 불을 끄는 행위가 아니며, 향을 불태워 그 연기(기도)를 하나님께 중단 없이 올려드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