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밤을 지나 아침의 평안으로
본문: 시 3:1-8
박동진 목사(소토교회) 2025.1.19.
다윗에게는 10명 이상의 아내가 있었고, 자녀들도 20명 이상이 있었습니다. 다윗의 아내는 대부분 평범한 여인이었지만 공주였던 사람이 2명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 명은 다윗이 사울왕의 딸 미갈입니다. 안타깝게 미갈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또 한 사람이 압살롬과 다말의 어머니였던 마아가였는데, 그녀는 그술왕 달매의 딸이었습니다. 압살롬은 어머니가 공주이었기 때문에 남다른 기품이 있었을 것입니다. 압살롬에 대해서 사무엘하 14:25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온 이스라엘 가운데에서 압살롬 같이 아름다움으로 크게 칭찬 받는 자가 없었으니 그는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흠이 없음이라’ 압살롬은 다윗의 세째 아들입니다. 그에게는 아주 어여쁜 여동생 다말이 있었는데, 다윗의 첫째 아들 암논이 그녀를 강간하고 맙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 다윗이 이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낼 뿐이지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어떤 처벌도 하지 않습니다. 압살롬은 동생을 위한 복수를 준비하고 2년 뒤에 마침내 큰 형 암논을 살해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외가인 그술이라는 나라로 도망가버립니다. 그런데 다윗이 압살롬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3년 후에 그를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오게 하였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돌아오게 했으면 다시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게 하기 위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데 외면해버립니다. 이 때문에 두 부자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고, 압살롬은 반역을 꾀하게 됩니다. 압살롬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쿠데타가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도 다윗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압살롬의 책략으로 민심은 하룻밤 사이에 돌변했습니다. 다윗의 오른팔과도 같던 아히도벨도 압살롬에게 합세했습니다. 모사 아히도벨의 베푸는 모략은 “하나님께 물어 받은 것과 일반”이라고 할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해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다윗은 급히 도망을 가야 했고, 감람산으로 향할 때에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리고, 신발도 신지 못하고 맨발로 울며 올라갔습니다. 이 때 다윗과 함께한 자들은 겨우 600여명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시편 3편의 배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윗은 “하나님, 내 대적이 어찌 이리 많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이 순간이 얼마나 그를 힘들게 했는지 세 번이나 많다고 합니다. 대적이 많고, 일어나 치려는 사람도 많고, 또 그를 조롱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 순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대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다윗의 이런 한탄 섞인 말이 참 중요합니다. 그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직시하고 있습니다. 그 현실은 정말 암담하며, 얼마나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을 하나님께 솔직히 토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그것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상에게 표현하면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다윗은 이 질문을 하나님께 던집니다. 하나님과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다윗을 참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2절“많은 사람이 있어 나를 대적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도움을 받지 못한다 하나이다.” 자식과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음보다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음 같음이 다윗을 훨씬 더 많이 짓눌렀습니다. 이는 곧, 깊은 절망의 심연에 빠져 그 영혼 속 깊은 곳까지 좌절과 낙심과 조롱의 화살이 박힌 것을 의미합니다. 다윗은 자신이 처한 영적인 위기에 대해서도 하나님께 솔직하게 아룁니다.
그리고 그 말 뒤에 괄호로 셀라라고 적혀 있습니다. 2절 끝에 ‘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4절과 8절 끝에도 있습니다. 시편 150편 중 39개의 시편에 68번이 나오고, 하박국서에 3번 등 모두 성경에 71번이 나오는데, 음악적인 지시어임이 분명하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 “쉬어라”, “올려라”의 의미로 여겨집니다. 아마도 예배 시에 시편찬송을 하다가 셀라가 마지막에 나오면 찬송을 멈추고, 중간에 나오면 찬송을 멈추었다가 다시 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뒤에 중요한 것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1-2절에서 ‘나의 대적이 많다’, ‘나를 치는 자가 많다’, ‘많은 사람이 나를 대적한다’ 등 2절에 3번이나 대적이 많음을 하소연합니다. 그리고 대적들로부터 들은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조롱으로 인해 짓눌려 있습니다. 하지만 ‘셀라’ 이후 반전이 일어납니다. 다윗은 지금 자신의 처지가 이해가 되질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하소연합니다. 그 심정을 어찌 표현하기 정말 어려울 정도로 처참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속에서 잠시 침묵합니다. 그리고 시선을 하나님께로 돌립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이시니이다.” (시편 3:3) 다윗은 상황에 압도되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그는 하나님을 자신의 방패, 자신의 영광, 자신의 회복자라고 선언합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머리를 들게 하시고, 존귀함을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우리도 두려움의 밤 속에서 하나님께 우리의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환경에 집중하면 두려움이 커지지만, 하나님께 집중하면 담대함이 생깁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방패이시며,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보호하시고 다시 일으키시는 분입니다. 참 믿음은 모든 위기와 역경과 재난 가운데서 나를 사랑하시며, 보호하시며, 축복하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새롭게 깨닫게 함으로, 모든 근심, 염려를 제하고, 용기로 전진할 수 있도록 역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바라보니 절로 기도가 나옵니다. 여러분 기도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갑자기 내가 사는 세상이 달라집니다. 내 원수가 득실대선 세상이었는데, 지금은 하나님의 보호와 위로와 평안이 넘치는 세상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도하는 다윗은 그 밤에 평안히 잠을 청합니다. 다윗은 대적이 많아도 하나님께서 자신을 붙드심을 확신하며 평안히 잠을 잡니다. 이 평안은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믿는 믿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를 전능하신 하나님께 다 맡깁니다. 그 품에 안겨 평안히 단잠을 자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구원과 승리를 확신하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의 담대함은 자신의 힘이나 전략에서 나오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서 싸우시고 구원하실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