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질문을 던질 때 복음은 시작된다
출근길 지하철이나 복잡한 번화가를 걷다 보면, 전도한답시고 확성기를 틀어놓고 험한 말을 쏟아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는 이들을 종종 봅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그리스도인인 제 마음마저 무겁고 부끄러워집니다.
일방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교리를 들이민다고 해서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릴 리 없습니다. 오히려 “교회는 왜 저렇게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배타적일까?”라는 거부감만 깊어질 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진짜 전도는 어떤 모습일까요? 베드로전서 3장 15절은 뜻밖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묻는 자에게’입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증언의 방식은 우리가 먼저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이 우리를 보며 먼저 질문을 던져오게 만드는 삶입니다. 누군가 묻지도 않았는데 정답부터 들이미는 것은 폭력이지만, 삶의 고뇌 속에서 던진 질문에 건네는 따뜻한 대답은 생명을 살리는 위로가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질까요? 당연히 우리의 말이 아니라 ‘삶’을 볼 때입니다. 모두가 더 많은 돈과 안정된 자리를 차지하려고 남을 짓밟을 때 묵묵히 정직을 지키는 사람, 억울한 손해와 오해 앞에서도 독기를 품지 않고 너그럽게 품어주는 사람, 깊은 절망과 불안 속에서도 얼굴에 깃든 평안을 잃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세상은 비로소 묻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대체 무엇을 믿기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습니까?”
그 때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지적으로 상대를 이겨 먹으려는 교만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을 보듬는 다정함으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함으로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조용히 소개하는 것입니다.
복음은 소리 높여 외치는 확성기 속에 있지 않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온유한 태도, 그리고 내 삶의 궤적이 누군가의 마음에 거룩한 물음표 하나를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전도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