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질병 속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법
성도 여러분, 우리는 흔히 레위기 13장을 읽을 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병든 자(나병환자)를 진영 밖으로 내모는 모습이 너무 냉정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하나님은 결코 병든 자를 미워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규정들은 이스라엘이라는 거대한 가족 공동체가 전염병으로부터 몰살당하지 않도록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세심한 ‘방역 지침’입니다. 그리고 그 지침을 따르는 환자의 모습 속에는, 눈물겨운 ‘이웃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수치를 무릅쓰는 사랑
오늘 본문 45절을 보십시오. 나병환자는 사람이 근처에 오면 스스로 “부정하다! 부정하다!”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입으로 “나는 더럽습니다, 나는 위험합니다”라고 외치고 싶겠습니까? 이것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자존심의 포기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행위를 명령합니다. 왜입니까? 내가 침묵하면, 나를 아끼는 이웃이 무심코 다가와 나와 접촉하게 되고, 그 사람마저 병에 걸리거나 부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의 외침은 정죄의 비명이 아니라, “나의 아픔이 당신의 슬픔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간절한 사랑의 고백입니다. 자신의 명예보다 이웃의 안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자기희생적 책임감’인 것입니다.
윗입술을 가리는 ‘거룩한 절제’
또한 환자는 윗입술을 가려야 했습니다. 오늘날의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감염원의 전파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성경은 수천 년 전에 이미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에티켓’을 가르치고 계신 것입니다.
우리의 언어와 행동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때로 우리 마음속에 독한 기운이 올라올 때, 내 감정과 아픔이 이웃에게 상처로 전이될 것 같을 때, 우리는 ‘윗입술을 가리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내 고통이 크다고 해서 타인에게 그 고통을 전가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성도는 자신의 아픔 속에서도 타인이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절제하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레위기가 가르치는 높은 수준의 윤리입니다.
공동체를 위한 자발적 고립
마지막으로 환자는 진영 밖으로 나갑니다. 광야에서 진영 밖은 위험한 곳입니다. 가족의 온기도, 보호의 울타리도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환자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내가 진영 안에 머무는 것이 이웃에게 위협이 된다면, 기꺼이 나의 권리를 포기하고 ‘불편한 고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모습은 훗날 우리의 모든 영적 질병과 고통을 짊어지고 예루살렘 성문 밖으로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미리 보여줍니다. 주님은 우리가 진영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시려고, 친히 진영 밖의 수치와 고독을 감당하셨습니다. 우리 또한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나의 편안함과 기득권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진영 밖의 영성’을 소유해야 합니다.
책임을 다하는 거룩한 백성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레위기 13장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신앙은 나 혼자 거룩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입니다. 질병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질병 앞에서 나만 생각하고 이웃의 안전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사랑의 결핍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주변을 돌아봅시다. 나의 말 한마디, 나의 행동 하나가 혹시 공동체의 위생과 평안을 해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병 환자가 보여준 그 처절한 배려의 정신을 본받아,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이웃을 세우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