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31:12] 안식, 하나님과 만나 숨쉬는 시간

우리는 지금 출애굽기 31장의 마지막 대목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시내산 위에서 모세에게 성막의 모든 설계도를 보여주셨습니다. 조각목으로 궤를 만들고, 순금으로 등잔대를 만들며, 정교하게 수놓은 휘장을 치라는 세밀한 지침들이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산 아래로 내려가 실행에 옮기는 일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결정적인 순간, 하나님께서는 성막 건축의 실무 지침이 아니라 다시 한번 ‘안식일’이라는 법을 꺼내 드십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일하는 이유, 쉬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짓는 ‘거룩한 안식의 리듬’에 대해 깊이 나누고자 합니다.

거룩한 사역보다 앞서는 거룩한 멈춤

본문 12절과 13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 이 말씀이 성막 건립 지시의 마지막에 배치된 것은 매우 의도적입니다. 성막을 짓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룩한 노동입니다. 하나님의 집을 짓는 일입니다. 아마 이스라엘 백성들은 열정에 사로잡혀 “하루라도 빨리 성막을 완성해서 하나님을 모시자! 안식일에도 쉬지 말고 망치질을 하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제동을 거십니다. 아무리 거룩한 하나님의 ‘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자신’보다 앞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주님의 일을 하느라 주님을 잊어버립니다. 사역의 성과를 내느라 예배의 기쁨을 놓칩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노동 결과물을 구걸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인격적인 사귐을 원하시는 분입니다. 멈춤은 신앙의 실력입니다. 내가 멈출 때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안식의 시작입니다.

안식일, 우리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표징

13절 하반절에는 놀라운 단어가 등장합니다. 안식일이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표징(Sign)”이라는 것입니다. 히브리어 ‘오트(אות)’는 눈에 보이는 증거를 뜻합니다. 마치 결혼반지가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증명하듯이, 안식일은 우리가 하나님의 소유라는 사실을 온 세상에 공포하는 눈에 보이는 계약서입니다.

당시 고대 근동의 종들은 쉴 권리가 없었습니다. 쉬지 않고 일해야만 생존이 보장되는 것이 노예의 삶입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이스라엘이 칠일째에 모든 도구를 내려놓고 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의 노예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책임지시는 자유인이다!”라는 믿음의 선포입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속도에 끌려가는 노예입니까, 아니면 하나님의 리듬에 맞추어 걷는 거룩한 자녀입니까? 안식의 표징이 여러분의 삶에 선명히 새겨지기를 바랍니다.

노동의 신성함과 안식의 완성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하나님도 엿새 동안 일하셨다면, 노동 역시 거룩한 것이 아닌가?” 맞습니다. 17절은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에 쉬셨음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일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따라서 우리가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순간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는 거룩한 소명입니다.

노동은 결코 저주가 아닙니다. 그러나 안식 없는 노동은 우상이 됩니다. 하나님이 일곱째 날에 쉬신 것은 피곤해서가 아니라,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며 만족하고 즐거워하셨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 ‘나파쉬(נפש)’는 ‘숨을 쉬다’, ‘새롭게 되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안식을 통해 창조의 마침표를 찍으셨습니다.

노동이 거룩한 ‘과정’이라면, 안식은 그 과정을 하나님께 봉헌하고 그분의 은혜를 누리는 ‘완성’입니다. 우리가 안식일(주일)에 노동을 멈추는 이유는 노동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 노동의 주인이 내가 아닌 하나님임을 인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일해서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셔야 살 수 있다는 그 겸손한 고백이 노동을 진정으로 거룩하게 만듭니다.

영원한 언약, 죽음으로 지키는 생명의 법

14절과 15절의 말씀은 다소 두렵게 다가옵니다. 안식일을 더럽히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며”라고 하십니다. 이 엄중한 경고는 안식일이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생명의 법’임을 시사합니다. 하나님을 떠난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안식의 주인 되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어버린 영혼은 영적인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안식은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통로입니다. 부정한 우리가 거룩해지는 방법은 거룩하신 하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안식일은 ‘영원한 언약’입니다. 이것은 구약의 이스라엘에게만 해당되는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참된 안식의 실체를 만났습니다. 주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초청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멈춤’의 자리가 있습니까? 아니면 세상의 염려와 욕망에 떠밀려 숨 가쁘게 달려가기만 하십니까?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번 한 주간, 여러분의 일터에서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듯 거룩하게 일하십시오. 그러나 동시에, 주님이 정하신 멈춤의 시간을 사수하십시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하나님의 사람입니다”라는 표징을 세상에 보여주십시오. 내가 멈출 때 나를 소생시키시고(나파쉬), 나를 거룩하게 하시는(카도쉬)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는 복된 인생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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