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선진국 하면 우리는 스웨덴 교육을 떠올립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늘 ‘전쟁 중’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는 요동치고, 교육 정책은 5년 단기 프로젝트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치의 바람에 흔들리는 우리 교육에 스웨덴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교육은 정치적 승리의 전리품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10년을 기다린 인내, ‘백년대계’의 토대가 되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교육 정책을 발표하고 다음 해에 바로 시행하곤 합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달랐습니다. 1950년대, 스웨덴이 초·중등 통합 교육이라는 거대한 개혁을 앞두었을 때 그들이 택한 것은 ‘속도’가 아닌 ‘증명’이었습니다.
무려 12년(1950~1962) 동안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하며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실험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연구 결과가 “이 제도가 아이들의 평등과 성취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을 때야 비로소 의회는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정책이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의 약속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 ‘장관 통제 금지’, 전문가가 이끄는 교육 행정
스웨덴 교육의 독립성을 지탱하는 헌법적 장치는 놀랍습니다. ‘장관 통제 금지(Förbud mot ministerstyre)’ 원칙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라 할지라도 실무 집행 기구인 **스웨덴 교육청(Skolverket)**의 구체적인 결정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예산과 장기 목표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되, 붓을 들고 실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전문가 집단인 교육청의 몫입니다. 정치가 교육 현장을 직접 건드리지 못하게 차단막을 세운 것입니다. 덕분에 스웨덴 교육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교육적 전문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위원회 정치’가 만든 흔들리지 않는 합의
스웨덴의 모든 교육 개혁은 ‘위원회(Commissions)’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학자, 교사 노조, 학생 단체가 수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여 보고서를 냅니다.
이 과정은 매우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일단 합의에 도달하면 정파를 초월한 강력한 추진력을 얻습니다. 반대 세력의 목소리까지 녹여낸 정책이기에 정권이 바뀌어도 폐기되지 않는 ‘100년의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의 퇴장’과 ‘교육의 독립’이다
지금의 우리 교육은 어떻습니까?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위원 구성부터 정치적 대리전의 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제는 우리도 스웨덴의 모델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는 정치적 욕심을 내려놓고, 교육 행정 기구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교육 정책을 실험하고 검증할 충분한 시간을 허용하는 ‘정치적 인내’도 필요합니다.
교육이 정치로부터 독립될 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5년마다 바뀌는 ‘실험 대상’에서 벗어나 안정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100년을 가는 교육은 한 정권의 결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내와 합의 위에서만 세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