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언약 – 기억하시는 하나님의 자비
본문: 창세기 9장 8~17절
2025.4.21. 소토교회 아침기도회 설교
“여러분은 무지개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언제,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보셨는지 떠오르시나요? 비가 그친 뒤, 어두운 하늘 사이로 슬그머니 떠오르는 무지개를 볼 때, 그 안에 어떤 의미를 느끼셨나요? 또 이렇게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잊지 않으신다는 확신, 여러분은 언제 가장 필요하셨습니까?” 삶이 무너지는 것 같고,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순간— 그때 하나님이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계시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믿어졌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오늘 본문은 바로 그런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시각적인 약속, 무지개 언약에 관한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모든 생명을 향한 것입니다 (8–11절)
본문 8절부터 하나님은 노아와 그의 아들들, 그리고 “모든 생물”과 언약을 맺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언약은 어떤 조건이 전제된 계약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이고 보편적인 자비의 선언입니다. 단지 노아 개인이나 믿음 있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후손들, 더 나아가 온 생명체를 위한 언약입니다.
이 장면은 상담심리학적으로 보면, 트라우마 이후의 회복 선언과 같습니다. 노아와 그의 가족은 세상의 파멸을 목격한 생존자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언약을 주심으로써, 그 고난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정서적 안전장치’를 제공하신 것입니다.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잇는 언약의 표징입니다 (12–13절)
하나님께서는 이 언약의 증거로 무지개를 하늘에 두셨습니다. 무지개는 단지 아름다운 자연현상이 아니라, 하늘(하나님)과 땅(인간)을 잇는 시각적 언어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단절된 관계를 다시 회복하셨다는 ‘다리’의 상징입니다.
또한 무지개는 비가 내린 뒤에 나타납니다. 폭풍이 지나간 후, 평화의 징조로서 하늘에 떠오르는 무지개는, 고난 후에 반드시 찾아오는 하나님의 자비와 회복의 메시지입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언약을 ‘기억하신다’고 하셨습니다 (14–17절)
무지개가 뜰 때마다 하나님은 “내가 기억하겠다”고 반복하여 말씀하십니다. 이 표현은 매우 독특합니다. 보통 우리는 ‘인간이 언약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스스로 그 언약을 기억하겠다고 하십니다. 이것은 마치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당신이 힘들어도, 나는 당신을 기억하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처럼 들립니다. 하나님의 기억은 관계의 유지, 신뢰의 표명, 그리고 책임의 언약입니다. 즉, 무지개는 하나님이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신다는 눈에 보이는 확증입니다.
그렇다면 왜 오늘날에도 홍수는 계속 발생하는가?
많은 분들이 이렇게 질문합니다.
“하나님이 다시는 홍수로 멸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왜 홍수는 여전히 일어날까요?”
성경을 주의 깊게 보면, 하나님은 전 지구적인 심판으로서의 홍수를 다시 보내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지, 자연 현상으로서의 비와 홍수를 제거하시겠다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의 홍수는 대부분 기후 변화, 도시 개발, 생태 파괴와 같은 인간의 책임에서 비롯된 재난입니다. 하나님은 자연의 질서를 주셨고, 우리는 그것을 지키고 돌볼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지 재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지구와 공동체를 어떻게 관리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삶의 무지개는 무엇인가요?
고난 속에서도 무지개는 뜹니다. 무지개는 빛이 비를 통과할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고통 속에 하나님의 빛이 스며들 때, 우리는 그곳에서 자비의 빛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무지개는 하나님의 은혜, 말씀,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주어지는 위로일 수 있습니다.
삶이 너무 어두워 보일 때, 하나님은 여전히 하늘에 무지개를 두시고 “나는 너를 기억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노아와의 언약은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오늘 이 아침에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지개를 보여주시며, “내가 너를 잊지 않았다. 내가 다시는 너를 멸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언약의 하나님을 바라보며, 고난 속에서도 기억하시고,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손을 신뢰하는 복된 새벽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 기도합시다
하나님 아버지, 노아와 언약을 맺으시고, 무지개를 통해 자비를 보이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오늘 우리 삶에 비가 내리고, 때로는 물결이 넘칠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기억하시며 구원의 손길을 놓지 않으심을 믿습니다. 우리를 위한 무지개를 보며, 그 언약을 신뢰하게 하시고, 피조물을 돌보며 살아가는 책임 있는 자녀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