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들은 가장 잘못된 교훈을 꼽으라면 단연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입니다.
이때의 복이 어떤 복일까요?
혹시 심령이 가난하게 되거나 애통하게 되는 것, 마음이 온유하게 되는 것, 의에 주리고 목마르게 되는 것,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런 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얘기가 이상하게 됩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말은 영원이 결정되는 엄청난 말입니다.
영원을 발판 삼아서 얻고 싶은 복이 대체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예수를 믿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한테는 이미 복입니다.
그것 말고 다른 복이 없습니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라는 얘기에 미혹되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예수를 믿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영혼 문제는 별 관심 없으니 세상에서 돈이나 많이 벌게 해달라는 사람을 예수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런 사람들은 이런 얘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를 믿으면 천국 가는 것을 누가 모릅니까? 하지만 천국은 나중 문제이고, 지금 세상도 잘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할 것입니다.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가는 것은 기본이고 더 열심히 믿으면 세상에서 그만큼 덕을 보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수 믿은 지 3년 안에 부자가 안 되면 신앙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회개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얘기에는 여러 가지 뜻이 포함됩니다.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안다는 뜻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다음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는 뜻도 포함되고, 그곳이 우리 본향임을 알게 된다는 뜻도 포함됩니다.
그러면 가치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영원을 아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영원이 기준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이 세상에 있는 것을 복으로 얘기하면서 거기에 마음을 둘까요?
말로는 예수를 믿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예수를 믿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을 하기 전의 일입니다.
교회에서 일 년에 두 번 부흥회를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거리에서 부흥회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3류 부흥사가 왔습니다.
그때 들은 설교 내용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세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물질 축복은 십일조로, 자녀 축복은 주의 종 잘 섬김으로, 건강 축복은 새벽기도로!”
도무지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십일조를 하면 하나님께서 물질로 채워주시고, 목회자를 잘 섬기면 자녀 앞길을 평탄하게 인도해주시고, 새벽기도에 힘쓰면 건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너무 유치한 분이 되는 것 아닙니까?
어떤 교인이 십일조는 제대로 하는데 목회자를 공경할 줄은 모릅니다.
그러면 장사는 잘 되게 해주시지만 애 대학은 떨어지게 하는 분입니까?
십일조도 제대로 하고 목회자를 공경하기도 하는데 새벽기도를 하지 않으면 장사도 잘 되고 애가 원하는 대학도 들어가는데 갑자기 유방암 진단이라도 나오는 것입니까?
그런데 강사 목사는 계속 얘기했습니다.
십일조를 제대로 해서 아파트가 생긴 사례도 얘기하고, 목사한테 대접을 잘 해서 공부 못하는 아들이 일류대학 간 사례도 얘기하고, 새벽기도를 열심히 해서 암이 나은 사례도 얘기했습니다.
교인들은 그때마다 ‘아멘’을 연발했습니다.
결론도 기억합니다.
“이 세 가지만 되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됩니다.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전부 이런 복을 받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교인들의 ‘아멘!’소리가 그렇게 클 수가 없었습니다.
부흥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죄다 은혜 받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예수를 믿는 이유가 정말 그런 것 때문입니까?
우리 인생의 모든 문제가 그 세 가지로 귀결됩니까?
은혜를 받았으면 은혜를 받은 만큼 하나님과 가까워져야 하는데 은혜를 받았다고 하면서 세상 욕심이 이루어질 걸 기대하는 것은 무슨 경우입니까?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렸습니다.
못 박힌 양 팔에 피가 흐르고, 가시관을 쓰신 이마에도 피가 흐릅니다.
그런 채로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 제가 이 고난을 겪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힘드냐? 조금만 견뎌라. 너의 이 고난을 통해서 사람들은 부자도 되고 애가 대학도 가고 병도 낫는다. 그러면 네가 십자가를 진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대화가 상상이 되십니까?
by 강학종 목사 (하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