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앰뷸런스와 한국형 앰뷸런스
-이준재 선교사의 순직을 마음 아파하며
한국형 앰뷸런스
한국형 앰뷸런스는 인요한이 개발하여 한국 의료당국에 인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요한은 한국인 특별귀화자 1호이며, 생김새와는 너무나도 차이나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인요한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 결핵퇴치 운동도 일부 펼치고 있는데, 그의 어머니가 순천에 기독진료소를 설립하여 결핵 퇴치에 기여한 것을 이어받은 듯하다.
인요한이 한국형 앰뷸런스를 만들게 된 배경은 그의 아버지의 불행한 일과 연관되어 있다. 인요한의 아버지 인휴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을 사랑하며 일했던 선교사였다. 인휴는 윌리엄 린톤의 3번 째 아들로 태어났고, 한국 전쟁 때에는 미군에 지원하여 해군 대위로 전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한국 전쟁 후 인휴는 여전히 한국에 머물면서 전라도 지방의 선교를 수행했는데, 도서산간지방의 예배당 건축도 후원하였다. 나의 모교회인 중흥교회가 1970년대 초 예배당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인휴 선교사는 미국인 리차드슨이라는 분이 후원한 1천 달러를 전달해 주었고, 시골 개척 교회는 그 돈으로 건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휴 선교사는 전남 도서산간지역의 교회들을 후원하며 선교하던 중 1984년 4월 음주운전 차량과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서둘러 응급조치를 하였더라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을텐데, 인휴 선교사는 아무런 응급구조 장비가 없는 택시에 실려서 광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차속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있고 난 후 인휴 선교사의 아들인 인요한은 응급구조장비가 탑재된 앰뷸런스 개발에 힘써 드디어 한국형 앰뷸런스를 만들어 보건당국에 전달한 것이다.
이제는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 이전이라도, 한국형 앰뷸런스에 타면 구급차에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인요한은 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을 원망만 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승화시켰다. 선교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배운다.
에어 앰뷸런스
에어 앰뷸런스라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의료 환경이 어려운 지역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급히 이송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형 비행기이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했던 고 이준재 선교사는 P국에서 21년 째 사역하던 도중 코로나 19에 확진되었다. 현지 병원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기 때문에, 후원교회는 이 선교사를 국내로 이송하여 치료하고자 에어 앰뷸런스를 선교지로 보냈다. 이 선교사는 국내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언제까지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은 선교지의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는 시기이고, 선교사들 가운데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해야 할 사람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 선교사들의 코로나 19 확진 비율이 일반 국민들보다 10배가 높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전체 한인 선교사 가운데 65세 이상의 선교사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점점 높아진다.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교에 헌신하는 선교사들도 많다.
선교사들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교적 용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혹은 주변 나라로) 선교사들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이송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작은 소망
어시스트카드라는 보험이 있다. 선교사 1인당 1년에 약 1백 만 원 정도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보험료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선교지 상황에서는 선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보험이라 생각하여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 가운데 선교사들이 처한 응급상황에서 치료를 위하여 국내 이송이 가능한 보험 가입에 뜻을 같이하여 참여할 교회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한 선교사를 국내로 이송할 때 드는 비용이 1억 원이 훨씬 넘는데, 선교사들이 출국 전에 미리 이러한 보험에 가입하면, 질병이나 긴급상황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선교사역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원망만 하지 않고,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한 인요한의 열정과 지혜가 인휴 선교사의 죽음을 고귀하게 승화시켰다고 본다. 선교 현장에서 갑자기 당하는 어려움 속에서 선교사들이 빠른 시간 안에 국내로 이송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고 이준재 선교사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고, 더 귀하게 기억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열정과 지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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