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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교수의 캔버라 총회주제 강연과 초혼제애 대해

정현경 교수의 캔버라 총회주제 강연에 대하여

 [2913호] 2013년 08월 30일 (금) 16:36:12 [조회수 : 1160]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이형기ㆍ박성원 교수의 WCC 바로알기 11.

WCC 캔버라 총회에서 행한 정현경 교수의 주제강연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당시 WCC총회에서도 많은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정교회는 아주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 사건은 WCC가 복음과 문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교회 대표의 주제발표가 정통 삼위일체의 성령에 대한 성찰에 집중한 반면 정 교수의 발표는 문화적 접근을 하였다. 정현경 교수는 초혼제 의식을 하면서 성경 속에 있는 인물과 인류역사 속에 부당하게 죽임당한 영들을 한 맺힌 영으로 보고 그들의 영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주제발표의 본문에 해당하는 신학적 성찰에는 문제가 없다. “성령은 우리가 부르기 전에 이미 계시며, 창조와 생명의 바람으로 역사하신 하나님의 생명의 영은 당신의 백성을 출애굽하게 하시고,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부활하게 하시고, 교회를 해방적 공동체로 시작하신 바로 그 영이시다”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성령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회개’라고 지적하고 인간 중심주의, 이원론적 사고, 죽음의 문화에서 회개하고 생명중심주의, 상관성주의, 생명의 문화로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회개의 촉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소서 성령이여,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 아멘’하고 마쳤다.

정현경 교수의 주제발표 본말은 기독교 성령론의 이해를 따르고 있고 도전부분에는 성령의 역사를 물신주의(mammonism), 생태위기 등 인간과 지구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역사적 현실과 잘 연결하여 설명했다. 그러나 본문 서두에는 신학적으로 심각한 오류가 있다. 한 맺힌 영혼을 부르는 목록의 끝에 예수님의 영도 열거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영은 앞에 열거한 한 맺힌 영들과 동격이 아니다. 예수님의 영은 하나님의 영이며 그의 희생과 죽음은 만물의 구속을 위한 ‘하나님 자신의 내어주심’이므로 한 맺힌 영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없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정교회 쪽에서 “개인의 영이나, 세상의 영이나, 다른 영들을 성령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무속의 형식을 그대로 사용한 점이다. 사실 이 점은 WCC가 종교간 대화 지침서에서 이미 경고한 내용이기도 하다. WCC는 ‘성경을 번역할 때 문화의 내용을 너무 차용하든지 아니면, 다른 문화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본질이 모호해 질 수 있음으로 주의하라’고 했다. 정현경 교수가 취한 무속초혼형식은 바로 이 주의선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기독교는 이런 선을 넘은 예가 많다. 예를 들면 성탄절은 이제는 예수님의 생일이 되었지만 원래는 예수님의 생일이 아니고 로마 태양신 아들의 생일이었는데, 바로 그 아들이 예수님이란 의미로 고대 기독교에서 채용했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하나님을 부를 때 중국문화전통에서 부르던 ‘상제'(上帝)란 개념을 채용했고,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하나님을 부를 때 이슬람이 부르는 하나님의 이름 ‘알라'(Alla)를 그대로 사용한다.

이처럼 기독교는 다른 문화권과 만날 때 일정부분 서로 형식의 차원에서 융합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질은 늘 지켜야 한다. WCC는 이를 지키려고 늘 조심하고 있다. 정현경 교수의 주제발표는 문화 속에서 성령을 살펴 보려는 한 개인의 입장이지 WCC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 개인적 영성순례 행보는 전통적인 기독교인으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개인의 행보는 WCC와 무관하다.

정현경 교수의 돌발적인 행동은 WCC를 비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먹잇감이 된 것 같다. 토착화신화, 문화와 신학  분야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주제는 참으로 많다. 정현경 교수는 그런 분야에 대해 자기 나름의 주장을 펼쳤지만 그것이 문제제기라고는 할 수 있어도 기독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학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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